투신사 등 기관이 ''깊은 잠''에 들었다.

좀처럼 깨어날 기색이 없다.

외국인이 9일 연속 거래소시장에서 순매수, 지수를 단숨에 1백포인트 가량 끌어올렸지만 기관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짙은 관망세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사연이 작용하고 있다.

김기환 삼성투신운용 상무는 "구조조정 및 경기정점 논란 등으로 장세전망을 확신하지 못하는 데다 시장을 이끌 만한 힘(자금)이 부족한 것이 기관 관망세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금 여력이 없다는게 핵심이다.

투신사 주식형펀드의 자금정체, 은행의 단위금전신탁 만기도래 등 기관들은 이래저래 수급상황이 여의치 않다.

최근 기관의 ''손때''가 묻지 않은 중소형 개별종목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매매동향 및 수급 현황 =외국인의 일관된 ''사자''와 달리 기관들은 하루하루 포지션을 달리하고 있다.

절대 매매 규모도 크게 줄었다.

자금사정이 주된 원인이다.

투신사 주식형펀드의 자금정체도 지속되고 있다.

주가가 올라도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우경정 한일투신운용 이사는 "과거에는 주가가 1백포인트 정도 오르고 나면 펀드로 자금이 물밀듯 들어왔다"면서 "그러나 지난 5월말 2백포인트, 최근엔 1백포인트가 올랐지만 펀드자금은 요지부동"이라고 지적했다.

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상무는 "주가가 800선 부근까지 오르면 신규자금 유입은 커녕 펀드환매가 골칫거리로 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도 주식을 살 형편이 못된다.

지난해 9∼10월께 설정된 단위금전신탁의 만기가 9월부터 서서히 돌아온다.

만기청산을 위해 편입된 주식을 팔아야 할 처지다.

김홍중 한빛은행 신탁운용팀 과장은 "단위금전신탁 만기도래와 신탁상품으로의 자금유입 둔화 등으로 은행권의 주식매수 여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신.은행보다 자금사정이 다소 나은 보험권도 관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심홍섭 교보생명 펀드매니저는 "700 이하에서는 적극적으로 매수했지만 현 지수대에선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장세관 및 투자전략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상수 대한투신 펀드매니저는 "9천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매수 잔고가 부담으로 작용해 선물만기일인 내달 14일까지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물만기일을 앞두고 차익거래 매수잔고가 청산되면서 대형주에 매물압박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우경정 이사는 "외국인이 꾸준히 매수세에 가담하고 있지만 미국시장과 연동해 매매하고 있는 데다 사는 종목이 반도체 등 일부 주식에 한정돼 있어 시장분위기를 돌려 놓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의 체력보강이 늦어지고 있는 만큼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는 진단이다.

이채원 동원증권 주식운용부장은 "프로그램매물과 투신.은행권의 펀드 환매물량 압박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중소형주로 시장의 매기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