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대의 자금수요기인 추석을 앞두고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예년보다 추석이 빨리 다가오는데 비해 자금시장의 경색현상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올 추석에는 경기회복에 따라 기업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나 현금수요만도 사상 최대 규모인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올해는 추석연휴를 코앞에 두고 임직원 상여금과 협력업체 물품대금 외에 사업자 갑근세 납부, 군인 및 공무원 수당과 일부 회사의 급여지급 등이 겹쳐 예년보다 많은 현금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기업들은 벌써부터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은행들도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제고에 급급, 대출을 꺼리고 있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되고 있어 중견기업 및 건설업체와 중소기업들이 추석을 앞두고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난해 추석시즌보다 자금사정은 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자금시장 성수기를 앞두고 금리가 급등세를 보여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일부 우량기업들까지도 금리 상승을 예상해 자금확보에 나서는 가수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량기업들이 이미 자금을 다 확보한 상태"라며 "지금부터 자금을 구하는 기업은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 지난 18일 채권시장에서는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전날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연 9.03%를 기록, 다시 연 9%대로 뛰어올랐다.

한편 정부는 이같은 추석자금 문제를 포함해 올 연말까지의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오는 23일 당정협의회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이 대책에는 회사채 부분보증제 보완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