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업계 30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습니다"(서울시 자동차매매조합 최동보 상무) 중고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LG,대우,SK와 같은 대기업들이 중고차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은 대기업 특유의 자본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중고차 경매장,중고차 인터넷쇼핑몰 등을 잇따라 개설,기존 중고차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기존 중고차 업계의 반발이 거셀수 밖에 없다.

전국 중고차 매매상 5천여명은 지난달 21일 여의도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30여년의 업계 역사상 5천여명의 매매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중고차업계는 "전국 3천7백여개의 주유소를 이용한 SK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은 기존 매매상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일이며 동시에 불법"이라고 성토했다.

또 SK가 중고차 매매업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할때까지 "SK제품 불매운동" 및 "1천원 주유운동"과 같은 실력행사를 벌일 것을 결의했다.

중고차업계의 거센 반발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97년 중고차 매매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된후 중고차 매매업체수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소규모 업체들간의 제살깎기식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즉 "시장규모의 성장성"에 비해 "판매업체의 증가세"가 훨씬 앞서면서 각 매매상사들은 "한정된 파이를 잘게 나눠먹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서울조합의 최 상무는 "중고차 인터넷매매사이트의 급증 및 대규모 경매장 신설로 인해 기존 매매상사들은 중고차 매집물량감소와 매집단가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대기업의 진출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고차업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타"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대로 대기업에 당할수 없다"는 인식과 함께 생존을 위한 시도 역시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낙후한 매매시스템에서 탈피,대형화.토털서비스화를 통해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서구 서서울시장의 경우 자동차등록부터 배달은 물론 AS까지 한 장소에서 처리해주고 있다.

또 장한평의 한빛상사는 고급스런 실내전시장을 통해 기존 업체와의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문을 연 한성시장은 야간개장을 실시하는 등 중고차업체들의 "고객지향적 서비스"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대기업의 공세를 막겠다는 시도도 가속화 되고 있다.

서울조합의 경우 오는 10월께 3백여개 매매상사를 인터넷으로 연결,소비자들에게 차량 가격 및 품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소비자들에게 차량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위해 차량품질을 정확히 평가해주는 "감정평가사 제도"를 올해안에 도입할 계획이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