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이른바 ''사''자가 붙은 직업인으로,그리고 서양에선 골드칼라로 불리는 고급 전문직 종사자,회계사와 경영자문사(컨설턴트)들이 요즘 전세계적으로 ''혁명적 변혁기''를 맞고 있다.

이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지난주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회계감사업무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공청회에 부친 데다,앤더슨컨설팅과 아서앤더슨 사이의 결별을 위한 법적 소송이 2년 반 이상의 지루한 공방 끝에 드디어 지지난 주 최종 결론이 내려지면서 이 분야 변혁의 물결은 급류를 타고 있다.

세계 5대 회계 및 컨설팅업체의 하나인 언스트앤영사 회장이 지난 15일 SEC의 강도 높은 규제방침에 반대한다는 목청을 높였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에서 불고 있는 변혁의 바람은 곧 유럽과 한국에도 몰아닥칠 예정이다.

특히 한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대부분 주요 회계컨설팅업체들이 세계 5대 메이저 산하에 편입된 실정이어서 그 여파는 더욱 즉각적일 것이다.

회계·컨설팅업계에 불고 있는 변혁의 양상과 이유는 무엇이고,앞으로 이 업계 판도는 어찌될까.

우선 이 분야 변혁의 양상은 책임추궁 심화와 영역붕괴,그리고 기업 해체 및 세대교체 등 세가지로 요약된다.

◆책임추궁심화:회계법인과 컨설팅업체들은 최근 부쩍 불성실한 업무 수행에 대해 강력한 책임추궁을 받고 있다.

예컨대 SEC는 지난 1월6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4만여 전문직 가운데 8천명 이상이 직업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것을 적발하고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방침을 밝혔다.

회계 및 컨설팅 업체들을 상대로 한 함량미달 서비스에 대한 고객 기업들의 피해보상 청구소송도 4년 전부터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부실 회계감사에 대한 주주들의 소송도 급증 추세다.

이에 따라 회계감사와 컨설팅사업을 겸업했던 관련 업체들이 서둘러 회계와 컨설팅을 분리해 내는 ''분사''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이제 세계 5대 법인들 가운데 두 부분을 분리하지 않은 곳은 딜로이트투시토마추 한 곳 뿐이다.

◆영역붕괴:회계감사업무와 세무컨설팅,법무컨설팅,기술컨설팅 등의 업무 영역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특히 98년 말 GE의 잭 웰치 회장이 GE를 인터넷기업으로 재구축하라는 특명을 내린 후 세계 기업들이 저마다 e사업체로의 변신을 서두르면서 종래 전략 조직 영업 전산처리 아웃소싱 기술 등으로 구성돼 있던 컨설팅사업은 이제 거의 모두 인터넷과 네트워킹 관련 기술 컨설팅 일색으로 변해버렸다.

전략을 먼저 세우고 어떤 기술을 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신기술이 그 모든 것을 결정짓고 있다.

그것도 종전처럼 2∼3년에 걸친 작업이 아니라 몇주일 만에 끝내야 하는 일이 됐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에서 분리된 컨설팅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마이크로소프트,캡 제미니,시스코 시스템즈,IBM,선 마이크로시스템즈,유니시스,지멘스,도이치텔레콤 등 첨단기술 회사들의 자회사로 편입되고 있다.

그리고 컨설턴트들은 특정 첨단기술회사들의 세일즈 엔지니어로 전락하고 있다.

◆기업해체 및 세대교체:이렇듯 컨설팅의 주요 핵심경쟁력이 기술력으로 전환되면서 과거 시장조사나 전략수립,조직이론 등으로 무장했던 전통적 의미의 컨설턴트들은 급속히 존재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오랜 세월 경력을 쌓아 파트너의 지위로 올랐던 기성 유명 컨설턴트들이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하드웨어로 무장한 신참 컨설턴트들로 대거 물갈이되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이 이들 신종 컨설턴트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의존하게 되면서 공동책임을 강조하고,따라서 이들을 직접 직원으로 영입한다든 지,또는 보수를 현금 아닌 지분으로 주면서 ''컨설팅업체의 해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회계감사와 컨설팅으로 기업체를 양분하게 된 것도 규제당국과 고객기업 및 투자자들의 책임추궁이 심해진 탓보다는,회계사 또는 세무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컨설턴트들이 자기 몫을 다른 조직원들과 나누는 것을 싫어한 때문이기도 하다.

신동옥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