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화(64)씨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에서 지휘봉을 잡은 북한음악가로 역사에 기록됐다.

지난 20일 KBS홀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이하 조선국향) 단독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그는 22일 합동연주회 마지막날까지 세차례 무대에 오른다.

김씨는 민족적 색채가 강한 북한식 관현악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1969년부터 조선국향을 이끌어온 그는 ''배합관현악''이란 새로운 편성을 정착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배합관현악이란 서양악기에 젓대(개량 대금) 장세납(개량 태평소) 등 민족관악기를 가미한 오케스트라를 말한다.

그는 "관현악곡 아리랑 등 창작곡을 연주할 때 전통악기를 집어넣지 않으면 기대하는 음색과 분위기를 살릴 수 없다"며 배합관현악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세계 유명 작곡가나 지휘자들이 대부분 자신의 민족성을 부각시킨 음악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씨의 작업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1936년 일본 오사카 조총련계 집안에서 태어난 김씨는 일본에서 피아노와 작곡수업을 받다 60년 북한으로 갔다.

김씨는 이후 평양음악무용대학 지휘과를 졸업하고 국립예술극장 지휘자(64∼69년)를 거쳐 69년부터 조선국향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86년 인민예술가,98년에는 조선국향 책임지휘자에 올랐다.

현재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이기도 하다.

김씨는 그동안 ''피바다''''꽃파는 처녀''등 혁명가극,관현악 ''청산벌에 봄이 왔네'',윤이상의 ''나의 땅,나의 민족이여''등 주요 작품들을 자신의 지휘로 초연해 왔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