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중단 사태로 경영진과 제작진간 대립을 불러온 KBS ''추적 60분''의 ''국방군사연구소는 왜 갑자기 해체되었나''(연출 최기록)편이 세차례의 연기끝에 오는 9월3일 방영될 예정이다.

KBS 이석우 제작본부장과 ''추적 60분'' 제작진은 지난 19일 군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남원 양민학살사건 관련 인터뷰를 수정하는 선에서 프로그램을 재제작, 방송키로 합의했다.

이 본부장은 "남원 양민학살사건 관련 인터뷰는 프로그램의 본래 기획의도에서 벗어난데다 아직 확실한 근거도 없는 사건을 KBS가 나서서 다룰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제작 중단조치를 했다"며 "제작진이 이 부분을 시정하기로함에 따라 재제작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국방군사연구소…''방송여부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KBS의 공신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외압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주를 연기하다가 방송일이 임박,제작 중단조치를 내렸고 그 후 3일만에 ''제작방향을 바꾼다''는 조건으로 방송을 내보내겠다고 밝힘으로써 공영방송의 신뢰도에 손상을 가져왔다는 게 방송가 주변의 평가다.

이 프로그램은 당초 지난 6일 방송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난달 30일 방송된 ''매향리 그 후,우리정부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KBS에 손해배상소송을 낸데 이어 ''국방군사연구소…''편도 방송이 될 경우 문제를 삼겠다고 하자 KBS는 두차례나 방송을 연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KBS경영진이 제작중단조치를 내림에 따라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KBS PD협회와 제작진은 즉각 "자유언론의 비판정신을 말살하는 폭거"라고 규정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KBS 경영진이 문제로 삼은 부분은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약 6분 가량을 차지하는 남원 양민학살사건 관련 인터뷰.

이 부분이 "국익에 저해될뿐 아니라 불필요하게 군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시사회를 통해 미리 시청한 대부분의 방송관계자들은 어느 대목이 국익에 저해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양민학살 사건은 앞으로도 50년 뒤에나 다룰 수 있는 사안"이라며 "남북화해 분위기로 북한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군을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결정은 내려졌지만 과연 제작진이 당초 기획했던 국방군사연구소 건이 제대로 다뤄질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시청자들은 오는 9월3일에 가서야 KBS의 진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