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46) 제2부 : IMF시대 <2> 여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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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진성구는 개막공연이 끝난 후 참석한 출연진들의 축하연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쯤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는 보도에 발을 디디면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기우뚱했다.
출연진들이 권하는 칵테일을 절제 없이 받아 마셨음을 다소 후회했다.
그러나 그는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날 저녁을 보내기는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뮤지컬 주연을 맡았다가 무대에서 떨어져 공연 개막일 날 병원에 있는 이혜정의 모습이 저녁 내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하도를 내려가 전철역 안으로 들어갔다.
막 문이 닫히려는 전철을 타 빈자리에 앉았다.
이성수가 영화화하고 싶다는 국제협력단의 아프리카 파견 의사인 유덕종씨에 관해 그가 작성한 메모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한 달 전쯤 부탁한 적이 있지만 오늘 저녁 이혜정을 만나 유덕종씨의 부인 역을 맡아달라고 다시 부탁할 계획이었다.
1993년 여름,첫번째 역경이 유덕종(38세)씨에게 찾아왔다.
우간다에 온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어느 날,그는 에이즈 환자의 조직검사를 하려고 조직을 떼어내던 던 중 바늘에 손이 찔렸다.
장갑을 끼고 있었으나 장갑 속에 피가 흥건히 고일 정도로 깊게 찔렸으니 그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유덕종씨가 4년 전 그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 속에 말하기 시작했다
"찔린 순간 손가락을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사실 그때 제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지요.의학적으로는 에이즈에 걸릴 확률이 300분의1밖에 되지 않습니다.그래도 걱정은 되었습니다.아무래도 제가 계속해서 우울해하고 있으니까 아내가 불안해하더군요.
아내에게 할 수 없이 사실을 얘기했지요"
중매로 결혼을 하기 전 고등학교에서 3년간 교편을 잡았던 경험이 있는 그의 아내가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확률이 300분의1밖에 안 된다니 괜찮으리라고 생각했어요.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게 보통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애아빠가 바늘에 찔린 후 검사하기까지 5개월을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5개월이 제 인생에서 가장 긴 세월이었어요"
그 악몽 같은 5개월의 세월이 그들 부부에게는 부부관계까지 멀리해야 하는 초조하고 불안한 시간이었으나 결코 헛된 세월만은 아니었다.
그 기간 동안 그들은 오랜만에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유덕종씨의 회상은 계속되었다.
"처음 한 달 정도는 매우 우울했습니다.그런 후 신앙이 있어서인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더군요.설령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기회를 통해서 다르게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되겠구요.의사로서 얘기한다면,에이즈에 걸린 환자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을 마음으로부터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지요.또한 감염되더라도 잠복기간이 보통 8년은 되거든요.우간다의 경우 잠복기간이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짧아도 금방 죽는 게 아니니까 적어도 5,6년은 살 수 있을 테니 그 동안 할 일도 많을 거고…그러나 검사를 하고난 다음에 막상 결과를 보러 갈 때는 가슴이 뛰더군요"
검사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들 부부가 공유한 5개월 동안의 고뇌는 부부애와 가족애를 더욱 굳게 했다.
진성구는 개막공연이 끝난 후 참석한 출연진들의 축하연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쯤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는 보도에 발을 디디면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기우뚱했다.
출연진들이 권하는 칵테일을 절제 없이 받아 마셨음을 다소 후회했다.
그러나 그는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날 저녁을 보내기는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뮤지컬 주연을 맡았다가 무대에서 떨어져 공연 개막일 날 병원에 있는 이혜정의 모습이 저녁 내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하도를 내려가 전철역 안으로 들어갔다.
막 문이 닫히려는 전철을 타 빈자리에 앉았다.
이성수가 영화화하고 싶다는 국제협력단의 아프리카 파견 의사인 유덕종씨에 관해 그가 작성한 메모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한 달 전쯤 부탁한 적이 있지만 오늘 저녁 이혜정을 만나 유덕종씨의 부인 역을 맡아달라고 다시 부탁할 계획이었다.
1993년 여름,첫번째 역경이 유덕종(38세)씨에게 찾아왔다.
우간다에 온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어느 날,그는 에이즈 환자의 조직검사를 하려고 조직을 떼어내던 던 중 바늘에 손이 찔렸다.
장갑을 끼고 있었으나 장갑 속에 피가 흥건히 고일 정도로 깊게 찔렸으니 그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유덕종씨가 4년 전 그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 속에 말하기 시작했다
"찔린 순간 손가락을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사실 그때 제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지요.의학적으로는 에이즈에 걸릴 확률이 300분의1밖에 되지 않습니다.그래도 걱정은 되었습니다.아무래도 제가 계속해서 우울해하고 있으니까 아내가 불안해하더군요.
아내에게 할 수 없이 사실을 얘기했지요"
중매로 결혼을 하기 전 고등학교에서 3년간 교편을 잡았던 경험이 있는 그의 아내가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확률이 300분의1밖에 안 된다니 괜찮으리라고 생각했어요.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게 보통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애아빠가 바늘에 찔린 후 검사하기까지 5개월을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5개월이 제 인생에서 가장 긴 세월이었어요"
그 악몽 같은 5개월의 세월이 그들 부부에게는 부부관계까지 멀리해야 하는 초조하고 불안한 시간이었으나 결코 헛된 세월만은 아니었다.
그 기간 동안 그들은 오랜만에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유덕종씨의 회상은 계속되었다.
"처음 한 달 정도는 매우 우울했습니다.그런 후 신앙이 있어서인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더군요.설령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기회를 통해서 다르게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되겠구요.의사로서 얘기한다면,에이즈에 걸린 환자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을 마음으로부터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지요.또한 감염되더라도 잠복기간이 보통 8년은 되거든요.우간다의 경우 잠복기간이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짧아도 금방 죽는 게 아니니까 적어도 5,6년은 살 수 있을 테니 그 동안 할 일도 많을 거고…그러나 검사를 하고난 다음에 막상 결과를 보러 갈 때는 가슴이 뛰더군요"
검사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들 부부가 공유한 5개월 동안의 고뇌는 부부애와 가족애를 더욱 굳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