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요즘 상당히 너그러워졌다.

공기업 임원이 연루된 거액의 리베이트 의혹사건이 터져도,불법으로 주택분양권을 취득한 공무원이 적발돼도 "그럴수 있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주업무인 ''감사''는 하되 ''사정''은 하지 않겠다는 면피성 기류가 강한 듯한 분위기다.

''사정의 칼날''이 무뎌진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일 감사원이 발표한 부산광역시 도시개발공사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부산 도시개발공사가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건설업체에 공사비를 2백3억원 정도 과다지급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로 인해 분양가가 너무 비싸 분양률이 10%에도 못미치는 극히 저조한 상태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공사는 뒤늦게 마감재를 고급으로 교체하는 등 분양률을 높이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

아파트 분양이 계속 부진할 경우 공사의 재정손실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감사원이 도시개발공사에 가한 징계가 ''기관 주의''에 그쳤다는 점이다.

사실상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공사계약을 실제 체결했던 임원들이 모두 퇴직했다는게 그 이유이나 감사원은 건설업체의 리베이트 제공 여부를 수사의뢰조차 하지 않고있다.

감사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긴 하지만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은 이를 적정가격이라고 생각해 샀을 수도 있다"며 오히려 공사측을 두둔했다.

감사원의 ''면피성'' 태도는 서울특별시 도시개발공사 감사에서 극에 달했다.

감사원은 분양계약 자격여부를 심사하는 직분을 악용해 전매 불가능한 입주권을 취득한 A씨를 적발했으나,징계여부는 공사에 전적으로 일임시켰다.

감사원 관계자는 "입주권 전매가 불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는게 현실"이라면서 "해당업무에 대한 감사시점이 징계시효(2년)를 지난 상태여서 감사원이 직접 징계할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불법 공무원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감사원의 이같은 선처(?)가 관료사회에 불고있는 개혁바람을 원점으로 되돌리지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