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을 업으로 삼는 아비도둑이 아들도둑을 훈련시키는 이야기다.
어느날 밤 부잣집 창고를 함께 턴 뒤 아비가 먼저 나와 창고문을 잠그고 자물쇠를 흔들어 주인을 깨워놓고 달아나 버린다.
창고 속에 갇힌채 빠져나올 길이 없게된 아들은 쥐가 문짝을 긁는 소리를 내 주인이 문을 열게 한 뒤 빠져 나와 달아나다가 연못에 돌을 던져 물로 뛰어든 것으로 위장하고 그 사이에 도망쳤다.
강희맹은 이 비유를 통해 도둑의 지혜를 찬양하려 든 것은 아니다.
지혜란 배워서 얻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스스로 경험을 통해 자득해야 한다는 교훈을 극단적으로 도둑의 예를 들어 아들에게 가르치려했다.
국내외의 범죄영화가 대중의 인기를 모으면서 청소년들의 모방범죄가 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지난해 말에는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을 모방해 청소년들이 주유소와 편의점을 턴 사건이 일어났다.
폐쇄회로용TV 내시경 렌즈와 소형액정화면등이 부착된 특수장비로 문을 열고 금품을 훔친 도둑도 등장했다.
엊그제는 조명장치가 달린 만능 열쇠세트와 다이아몬드 진위 감정기,귀금속 중량측정기, 국제 보석감정 시세표까지 갖추고 부유층의 집만을 털어온 첨단도둑 일당이 검거됐다. ''주유소 습격사건''을 흉내내 20대 동네 선후배끼리 범죄집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첨단과학기기가 휩쓰는 사회에서 도둑들이 그것들을 이용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손쉬운 일이다.
그만큼 영악스러워진 것이 요즘 세상이다.
하지만 영화를 스승 삼아 쉽게 범죄집단을 조직하고 도둑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도덕관에 문제가 있다.
부유층만 털었다고 해서 ''대도(大盜)''니 뭐니 하는 성숙하지않은 사회여론도 정상적이 아니다.
모든 도둑은 무뢰한이요 범법자일 뿐이다.
과거 ''첨단도둑''들에게는 어김없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왔다. 걱정은 수사기법이 아직 첨단적이지 못하다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