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벤처 대란설"로 뒤숭숭한 테헤란밸리.

이곳의 한 벤처기업을 심야에 찾았다.

경영자를 위한 정보.교육서비스포털업체 M사.

이 회사 역시 수익모델을 새로 정립하기 위한 긴 회의가 밤새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진지함 속에서 위축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이 기회에 그동안 쌓아온 힘을 보여주자는 의지가 결연했다.

꿈을 먹고사는 테헤란 밸리의 ''성공 프런티어''들...

이들의 자신감 가득찬 모습에서 벤처산업의 부정적인 미래는 찾아보기 힘들다.

<> 위기론은 어떻게 나왔나 =닷컴기업들의 위기론은 지난 4월 코스닥이 폭락하면서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코스닥지수가 맥을 못추고 추락하자 "수익모델이 불확실하다"는 의심을 받아온 닷컴기업들은 코스닥등록 심사과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닷컴기업에 대한 유통시장에서의 이같은 평가절하는 즉시 발행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코스닥 말고는 마땅한 투자자금 회수방법이 없는 벤처캐피털들은 닷컴기업에 대한 투자를 소리없이 중단했다.

올초 "과열"이라는 우려를 낳을 정도로 "묻지마 투자"에 나서던 벤처캐피털들이 "묻지마 안 투자"로 태도를 싹 바꾼 것.

"추가 펀딩(투자유치)을 확신하고 좀 무리를 해서라도 공격적인 마케팅과 인력유치에 나섰다. 그런데 이제와서 돈줄이 막힌다면 모래시계 목숨이나 다름없다"는 업체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결국 수익기반이 약하거나 경쟁력없는 벤처기업들은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또 꽁꽁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기술력있는 벤처기업들조차도 투자자금을 받는게 어렵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과 기인텔레콤 주식상납 파문같은 사건은 "벤처불신론"에 불을 지폈다.

결국 "이제 벤처는 아닌 것 같다" "이러다 다 망하는거 아니냐"등과 같은 극단적인 위기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 한국벤처 정말 위기일까 =M사의 경우처럼 건실한 한국 벤처기업들은 위기론으로 표현되는 최근 구조조정을 한번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위기라는 표현은 수익기반 없이 투자자들을 현혹해온 "무늬만 벤처"들에만 해당된다"고 벤처기업협회 유용호 국장은 강조한다.

현재의 상황은 벤처산업 전체로 볼 때 장기적인 득이 될 수 있는 옥석가리기 과정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소홀히 하고 코스닥등록만을 지상과제로 삼아온 일부 기업들의 풍토를 바꿔 주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 측면에서도 내실있는 사업계획이 제대로 평가되고 거품없는 투자결정이 이뤄지는 관행을 정착시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히려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벤처기업 위기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벤처기업들이 낸 성적표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있다.

재경부는 올 상반기중 1백대 정보통신 중소기업들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 늘어난 2조4천3백억원, 순익은 1백19% 증가한 7천2백억원이었다고 발표해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 한국 벤처산업의 미래 =단기적으로는 올 하반기까지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부 벤처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되는 상황은 필연이라는 것.

권재륜 한국M&A 사장은 "최근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구조조정이 오래 가리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인터넷기업협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위기론이 해소될 것이라는 응답이 90.9%에 달했다.

빠른 시간에 옥석가리기가 끝나고 다시 건실한 벤처문화가 자리잡을 전망이라는 것.

벤처기업의 목줄을 조이던 자금사정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김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많은 창투사들이 투자를 재개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이 몰리기 시작하면 벤처산업이 "제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은 "첨단 기술을 무기로 한 벤처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임에 틀림없다"며 "벤처산업은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전성기를 이뤄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