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엔 여러 요인이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깔끔하지 못한 금융과 재벌 구조조정등 난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상황들을 명료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경제를 대변하는 공식적인 ''입''이 없는 탓이다.
IMF 이후 한국경제의 대변인은 누가 뭐래도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었다.
금융감독원장 시절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한국금융시장은 물론 월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분명하고 자신에 찬 발언들은 한국경제에 대한 희망을 되살렸고 월가 투자자들의 한국주식 매입으로 이어졌다.
200선까지 폭락했던 주가지수가 거침없이 상승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그는 왠지 말을 아꼈다.
적어도 월가에선 그렇게 보였다.
감독원장시절인 작년 11월과 재경부장관이었던 올 6월,두 번씩이나 예정됐던 월가방문을 취소한 점에서 그렇다.
초청장까지 발부됐던 그의 월가강연 취소는 불길한 신호를 주었다.
대우문제가 한창 불거져 있었던 작년 11월엔 대우문제를 실제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했다.
현대사태가 걷잡을수 없게 확산되던 지난 6월도 마찬가지였다.
이 전장관이 방문을 취소한데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가 월가를 찾지 않았던 작년말부터 한국주가는 기력을 잃기 시작했다.
자존심이 강한 월가를 등한시하는 국가에 돈을 걸 펀드매니저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확실한 경제팀장이 새로 들어섰다.
신임 진념 재경부장관은 의지가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권도 해내지 못한 공기업개혁을 큰 잡음없이 추진했다.
주변에선 그래서 그를 ?집념의 진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진 장관에게 월가에서 거는 기대는 소박하다.
월가는 금융산업과 재벌 구조조정이 쉽고 간단하게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때문에 당장 개혁의 결과보다는 한국정부의 의지와 구조조정의 진행상황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듣고 싶을 뿐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