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사업권을 따겠다던 중소·중견업체들의 꿈이 끝내 무산됐다.

하나로통신 온세통신과 무선호출사업자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IMT-2000은 22일 운영위원회를 갖고 사업신청서 제출 마감일인 다음달 30일을 기해 컨소시엄을 해체키로 했다.

또 한국통신 등이 주도하는 3개 컨소시엄에 한국IMT-2000의 5백71개 회원사와 약 3만6천 세대의 국민주주를 분할수용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국IMT-2000이 컨소시엄 해체 결정을 내림에 따라 IMT-2000에는 나머지 3개 컨소시엄만 도전하게 됐다.

한국IMT-2000을 주도해온 하나로통신과 온세통신은 각각 LG그룹 컨소시엄과 한국통신 컨소시엄에 합류하고 나머지 중소기업들도 제각각 새 컨소시엄을 찾아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IMT-2000 컨소시엄의 김성현 추진위원장은 "우리를 믿고 성원해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유감이다"면서 "기존 3개 컨소시엄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준다면 백의종군의 자세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해체 이유=한국IMT-2000이 컨소시엄 해체를 선언한 것은 사업권 획득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은 상당수 유럽 국가들처럼 정부가 IMT-2000 사업자로 신규 업체를 하나쯤 선정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지난달 ''기존 사업자나 신규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능력이 우수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능력''으로 따진다면 중소·중견업체들이 SK텔레콤이나 한국통신 LG그룹을 제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정통부가 사업권 신청업체들에 컨소시엄 구성을 유도함에 따라 중소·중견업체들로서는 굳이 한국IMT-2000이 아니더라도 IMT-2000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런 까닭에 컨소시엄 구성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한국IMT-2000 멤버 중 다른 컨소시엄을 기웃거리는 업체가 늘기 시작했고 결국 컨소시엄 해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의미=한국IMT-2000이 해체됨에 따라 IMT-2000 경쟁은 3개 사업자가 3개 사업권을 놓고 다투는 형국으로 변했다.

정통부는 세 사업자 중에서도 점수가 낮은 업체는 탈락시키겠다고 말하지만 사업권을 따느냐 마느냐는 이미 논외로 밀려났다.

SK텔레콤 한국통신 LG그룹 등은 이제 탈락할지 모른다는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됐다.

주파수 할당 대가인 출연금을 많이 써낼 필요도 없어졌다.

업계에서는 세 사업자가 다같이 최저 금액인 1조1천5백억원을 써낼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네 사업자가 경쟁,최대 금액인 1조3천억원을 써낼 경우에 비하면 사업자당 1천5백억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