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측이 22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을 전격적으로 증시에서 장내 매각함에 따라 지난 6월말 이후 두달 가량 지연돼왔던 현대자동차 계열분리 문제가 일단락됐다.

이날 정 전 명예회장의 주식 1천2백71만 주는 현대증권에서 오전 9시10분부터 ''팔자'' 주문을 내놓자 10분만인 9시20분까지 주당 1만5천6백~1만5천8백원 사이에서 순식간에 매매가 이뤄졌다.

현대차 지분 인수 의향서를 냈던 영국계 투자증권회사인 자딘 플레밍은 협상과정에서 1만5천1백원의 매입가격을 제시했으며 개장 이후에도 이 가격으로 2백50만 주의 매입 주문을 냈으나 장내 시세보다 주당 5백~7백원 낮아 한 주도 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그룹)는 "지분을 매입한 국내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들이 현대그룹의 우호세력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확인 절차를 거쳐 24일께 자동차 소그룹 계열분리 신청서를 공정위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어떤 기관과 개인이 지분을 샀는지 확인해봐야겠지만 일단 M&A 우려 없이 지분분산 요건이 갖춰졌다고 본다"면서 "23일에라도 계열분리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소그룹은 오는 9월1일자로 정식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내 매각 결정=현대는 지분인수 의향을 보였던 자딘 플레밍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2백50만 주의 ''사자'' 물량밖에 모으지 못해 매각 협상을 포기함으로써 장내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그룹측은 당초 채권단에 지분을 팔기로 했던 방침을 바꾼 데 대해서도 지분을 매입할 5개 금융기관의 인수조건이 제각각이었던 데다 채권단이 제3자에 재매각하기까지 이자 지급을 요구했기 때문에 ''직접 매각''을 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는 지분 매각을 앞당겨 자금을 빨리 확보하자는 의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은 이날 증시개장 전에 수십 개의 국내 기관투자가에 지분을 장내 매각하겠다며 살 의사가 있으면 매수 주문을 내라고 전화로 통보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오전 9시 증시가 문을 열자 모두 1천7백만 주의 ''사자'' 주문을 냈으며 사이버 증권거래를 통해 참여한 개인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입장=현대그룹은 "우리도 지분을 누가 샀는지 모를 정도로 지분 매각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명하게 이뤄진 만큼 이면계약 등 그동안 제기됐던 모든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정위 등의 확인 절차와 심사과정이 남았지만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분리 요건이 갖춰진 만큼 해야할 일은 다했다는 입장이다.

2천억원의 매각자금도 당초 약속한 대로 현대건설 회사채를 매입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현대건설 등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입장=이번 지분 매각으로 계열분리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채권단에 매각하는 것보다 불리하게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각한 이유는 석연치 않지만 기관이나 개인 모두 대량 지분을 매입한 곳은 없는 것으로 잠정 확인돼 M&A 등의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룹측이 지분을 되사들이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지만 매년 대주주 지분변동 결과를 관련기관에 통보하는 만큼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