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계열이라면 실적도 보지않고 무조건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식으로 도매금으로 취급한다"

동양 효성 두산 등 중견기업 자금담당들은 "경영실적호전이 자금시장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우량한 개별기업이 그룹의 이미지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상반기 실적이 고성장 호황 수준인 데도 삼성 LG SK 등 3대 그룹 계열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견그룹들은 자금시장에서 홀대를 당한다는 게 자금 담당들의 한결같은 불만이다.

H 중견기업의 자금담당 상무는 "추석 전에는 아예 은행 문을 두드릴 생각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 일선 은행창구의 몸사리기가 극에 달했다"면서 "그룹 이름만 보고 대출심사를 하기때문에 그룹 이름을 빼고 회사명을 다시 만들고 싶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효성그룹의 주력사인 (주)효성은 올해 상반기 중 매출액이 1조9천1백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17% 증가했다.

순이익도 6백46억원으로 2백56%가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이후 1천5백억원 어치의 회사채와 1억달러의 외화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여유있게 확보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찾아다니며 협조 요청을 해야 했다"며 "3대 그룹과 롯데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들은 모두 도매금으로 ''비토''당한다"고 털어놓았다.

경영계획이나 비전 따위는 대출창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장기로 운용하지 않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고 3대 그룹이 아니면 장기 비전은 커녕 상반기 실적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는 게 (주)한화 김창갑 자금담당 이사의 하소연.

중견그룹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계열사별로 실적 차이가 많이 나도 은행의 신용도 차이가 극히 미미한 것도 불만이다.

이때문에 중견그룹들은 저금리 시대를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양그룹 계열 동양제과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 2천3백99억원의 매출을 올려 3백7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백35% 증가했다.

이 회사 박영복 자금담당 상무는 "이런데도 개별실적호전을 감안해 주지않는다"면서 "연말쯤가야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실적호전을 제대로 반영해줄 것으로 기대하고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중공업도 지난 7월 한국기업평가가 다른 계열사들과 함께 신용평가를 낮춘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현대전자도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에서는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현대그룹이라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지적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은 가산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한다"(대신증권 김택수 채권운용본부장)고 반론을 제기한다.

평가가 좋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에 자금사정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

김 본부장은 "차별화가 되고는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