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이후 세계 유일의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봄기운''이 싹트고 있다.

분단 55년 역사중 최근만큼 남북간 화해무드가 조성된 시기는 드물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 포용정책''을 바탕으로 이룩한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이 지난 6월 평양을 방문,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냄으로써 분단과 대결로 점철돼온 민족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공동선언 이후 남북한간에는 가시적인 변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성사됐고, 금명간 경의선복원과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이 성사된다.

연말까지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몇개나 더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북관계에 있어 김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남북화해 수준을 넘고 있다.

남북한간 화해를 발판으로 ''한반도의 시대''를 열어간다는게 김 대통령의 포부다.

김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한간 화해와 협력을 통해서 한반도를 세계의 중심국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세계중심국가''론이 국정 2기의 ''화두''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경의선과 경원선의 복원이다.

이 철도를 통해 유럽 아시아 태평양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 시대를 열어간다는 것이다.

과거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주변국가에 머물렀던 한반도를 대륙에서 해양으로 나아가는 지구촌 중심국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정 2기 첫 경제팀 회의에서도 "경원선과 경의선이 연결되면 지금까지 남한만의 경제에서 한반도 경제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고 또 유럽까지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면서 "한반도에서 4개의 철도가 러시아와 중국 등지로 뻗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북아시아의 주변국가에서 대륙과 대양을 연결하는 중심국가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대통령은 국정 2기에도 ''6.15 공동선언''의 이행과 후속 회담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지켜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은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추진해온 이산가족상봉과 장관급회담 정례화의 틀을 다지고, 경제 문화 등 다방면의 교류협력체제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통령은 한걸음 더 나아가 "투자보장과 이중과세방지 청산계정 등을 제도화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도 북한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문제가 ''국민의 정부''에 국한된 것이 아닌 만큼 차기정권이 성실히 이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김 대통령은 안고 있다.

남은 임기중 남북화해 정책이 영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