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기자의 '책마을 편지'] '느림'의 美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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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노을을 보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낸 게 언제였던가요.
잘브락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수평선 위로 느리게 지나가는 고깃배를 바라본지는 또 얼마나 오래 됐습니까.
세월이 강물처럼 흐른다는 말도 이젠 낡았습니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남보다 빨리 움직이고 한발 앞서지 않으면 금방 죽는다고들 난리입니다.
하지만 속도는 그것을 재는 사람의 눈금에 따라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지요.
눈 밝은 사람들은 "이럴 때일수록 세상을 느긋하게 보라"고 권합니다.
일상의 리듬을 조율하면서 단순하고 느리게 사는 것이 오히려 풍요롭게 사는 지름길이라고 일깨우는군요.
정신없이 변화의 꽁무니만 뒤쫓는 사람들을 ''열심히 잘 못 사는'' 부류라고 꼬집는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요즘 ''느림''과 ''여유''를 주제로 한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나온 ''느리게 사는 즐거움''(어니 젤린스키 지음,물푸레)을 비롯해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상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동문선),소설가 한수산씨의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해냄),찰스 핸디의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생각의나무),구본형씨의 ''떠남과 만남''(생각의나무)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이들은 ''어리석은 토끼보다 지혜로운 거북이가 돼라''는 얘기를 나직하게 들려줍니다.
문체도 담백해서 읽기가 편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고요와 느림의 미학에서 시작된다는 교훈이 큰 줄기지요.
말하자면 이런 얘기들입니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풍경이 부르는대로 한가롭게 걸어라.권태로움을 즐겨라.천천히 기다려라.지난 시절의 한 부분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라.자신을 억제하기보다 절제하는 미덕을 익혀라….
이럴 때 느림은 부드럽고 우아하며 배려깊은 삶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빠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능력과는 다른 개념이죠.
파스칼도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가지,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서양 사람들 역시 우리처럼 ''빨리 빨리'' 병에 시달리는지 해외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느림과 짝을 이루는 또 하나의 충고는 ''단순하라''는 것입니다.
켄트 너번의 ''단순하게 사는 법''(공경희 옮김,아침나라)은 얽히고 설킨 삶의 매듭을 단순명쾌하게 푸는 법을 알려주지요.
종교·예술학 박사로 인디언들과 함께 사는 그의 잠언이 한 폭의 수묵담채화처럼 다가옵니다.
''얘야,사는 건 이런 거란다''(앨런 애펄 지음,경성라인)도 단순함의 참뜻을 되새기게 합니다.
아버지로부터 전해들었던 인생의 지혜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형식이어서 더욱 따뜻하네요.
그런데 한가지,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창조적 게으름''이라는 겁니다.
마냥 나태하라는 게 아니죠.느림과 여유를 누리다보면 정말 부지런해야 할 때를 아는 지혜도 함께 생깁니다.
결국 ''마음먹기''에 관한 얘기지요.
구름이 서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달이 동쪽으로 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kdh@hankyung.com
잘브락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수평선 위로 느리게 지나가는 고깃배를 바라본지는 또 얼마나 오래 됐습니까.
세월이 강물처럼 흐른다는 말도 이젠 낡았습니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남보다 빨리 움직이고 한발 앞서지 않으면 금방 죽는다고들 난리입니다.
하지만 속도는 그것을 재는 사람의 눈금에 따라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지요.
눈 밝은 사람들은 "이럴 때일수록 세상을 느긋하게 보라"고 권합니다.
일상의 리듬을 조율하면서 단순하고 느리게 사는 것이 오히려 풍요롭게 사는 지름길이라고 일깨우는군요.
정신없이 변화의 꽁무니만 뒤쫓는 사람들을 ''열심히 잘 못 사는'' 부류라고 꼬집는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요즘 ''느림''과 ''여유''를 주제로 한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나온 ''느리게 사는 즐거움''(어니 젤린스키 지음,물푸레)을 비롯해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상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동문선),소설가 한수산씨의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해냄),찰스 핸디의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생각의나무),구본형씨의 ''떠남과 만남''(생각의나무)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이들은 ''어리석은 토끼보다 지혜로운 거북이가 돼라''는 얘기를 나직하게 들려줍니다.
문체도 담백해서 읽기가 편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고요와 느림의 미학에서 시작된다는 교훈이 큰 줄기지요.
말하자면 이런 얘기들입니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풍경이 부르는대로 한가롭게 걸어라.권태로움을 즐겨라.천천히 기다려라.지난 시절의 한 부분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라.자신을 억제하기보다 절제하는 미덕을 익혀라….
이럴 때 느림은 부드럽고 우아하며 배려깊은 삶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빠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능력과는 다른 개념이죠.
파스칼도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가지,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서양 사람들 역시 우리처럼 ''빨리 빨리'' 병에 시달리는지 해외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느림과 짝을 이루는 또 하나의 충고는 ''단순하라''는 것입니다.
켄트 너번의 ''단순하게 사는 법''(공경희 옮김,아침나라)은 얽히고 설킨 삶의 매듭을 단순명쾌하게 푸는 법을 알려주지요.
종교·예술학 박사로 인디언들과 함께 사는 그의 잠언이 한 폭의 수묵담채화처럼 다가옵니다.
''얘야,사는 건 이런 거란다''(앨런 애펄 지음,경성라인)도 단순함의 참뜻을 되새기게 합니다.
아버지로부터 전해들었던 인생의 지혜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형식이어서 더욱 따뜻하네요.
그런데 한가지,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창조적 게으름''이라는 겁니다.
마냥 나태하라는 게 아니죠.느림과 여유를 누리다보면 정말 부지런해야 할 때를 아는 지혜도 함께 생깁니다.
결국 ''마음먹기''에 관한 얘기지요.
구름이 서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달이 동쪽으로 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