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업진흥정책이 겉돌고 있다.

정부가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대도시에 특화된 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한 이 정책에 대해 해당 지역에서 조차 성공가능성에 의문을 제기,자칫 예산낭비만 불러오는 "선심성"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23일 산업자원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정부는 특화된 지역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추진한다는 명분아래 뒤늦게 사업 타당성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 용역을 맡은 민간 연구소 등은 사업계획에 문제가 있더라도 전체를 수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따라 성공가능성이 낮은 지역산업진흥책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예산낭비만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구지역 섬유산업 육성계획(밀라노프로젝트)을 추진중인데 이어 올해부터 새로이 부산 신발산업,광주 광산업,경남 기계산업 등을 지역산업진흥책으로 내놨다.

이들 지역산업 진흥책은 4~5년의 사업기간 동안 각각 최소 5천억원의 자금을 민.관 공동으로 투입해 해당 산업을 중점 육성한다는 게 골자다.

전체적으로 2조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이중 정부예산 투입이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공통적으로 국회의원 선거 등을 앞두고 민심을 수습한다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급조된 흔적이 짙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로인해 각 부처에서 먼저 추진해온 창업보육센터 혁신거점 등의 각종 지역혁신 사업들과 괴리돼 시행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성공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도 재임시절 "밀라노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대구 직물산업 등 섬유소재 분야와 서울의 패션산업간에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동대문 및 남대문 패션밸리와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 신발산업의 경우는 "언제적 신발을 다시 들고 나오느냐"는 불만이 많다.

경남 기계산업은 "창원을 중심으로 중공업 단지가 조성돼있는 상황에서 첨단 기계산업을 새로 육성한다는 것인지,아니면 단순히 기존 산업과의 접목을 시도한다는 것인지 계획자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광주 광산업은 최근들어 해당지역에 최근들어 국내 관련업체가 몰려드는 추세이지만 일본 독일 등 기술력을 갖춘 외국업체 투자유지가 어려운 만큼 "집안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지역산업 진흥정책이 겉도는 것은 정치중립적이어야 할 산업정책이 완전히 정치논리에 휘둘렸기 때문"이라며 "최근 정부가 1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타당성 조사를 다시 실시하는 것도 당장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안현실 전문위원.김수언 기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