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동의를 얻어 연내에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국민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는 점에서 달가워 할 일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공적자금의 추가조성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그때마다 최대한 회수해 쓰고 필요하다면 추가조성에 나서겠다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던 정부가 현실을 인정하고 방침을 바꾼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1백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퍼붓고도 여전히 중병 상태에 있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과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공적자금 추가투입을 통한 부실정리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더라도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에 앞서 정부는 그동안 공적자금과 관련해 제기됐던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우선 협의의 공적자금뿐 아니라 정부주식 현물출자,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 자체자금,한은자금,이자지급 등 광의로 본 공적자금이 얼마나 조성돼 무슨 기준으로 어디다 썼는지 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공적자금 투입 및 사용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는 없었는지, 관리감독은 제대로 됐는지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거쳐 책임추궁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차제에 ''공적자금은 눈먼 돈''이라는 항간의 지적에 대한 분명한 해명과 대국민 설득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과연 공적자금 투입의 효과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작업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1백조원 이상이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아직도 이자수익을 못내는 은행이 17개중 6개나 될 정도로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과거부실에 발목이 잡혀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새로운 부실을 양산해 낸다면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 될게 뻔하지 않겠는가.

금융기관의 환골탈태가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공적자금 투입은 금융부실을 정부부실로 갈아 끼워 놓는데 불과하다 할 것이다.

어차피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이 불가피하다면 이번이 마지막이 되게 그 규모는 금융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해야 하며 시간을 끌어서도 안된다.

당장의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그 규모가 시장이 안심할 정도에 미달하거나 투입시기를 질질 끌어 금융불안이 지속될 경우 결과적으로 국민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적자금은 충분하고도 신속하게 투입하되 최대한으로, 그리고 조기에 회수토록 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