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미국 나스닥이 4,000을 회복했다는 호재를 업고 출발한 24일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마이너스로 마감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에는 다우지수가 하락했으나 다음날(16일) 종합주가지수는 17.89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증시 등락이 국내 주가를 움직이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최근들어 더욱 굳어지고 있다.
한·미간 주가동조화는 깨진 것일까.
◆미국주가 안 먹힌다=8월들어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락하던 주가가 고점의 80% 수준을 회복했다.
반도체경기 논쟁이 수그러든데다 반도체 메이커들의 상반기 실적이 호전됐다는 게 재료가 됐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들어 30만∼32만원대에서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상반기 순이익이 3조원을 넘었지만 별 반응이 없다.
한·미간 주가동조화가 극심했던 지난 봄에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의 등락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가 결정됐다.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통신주들도 나스닥지수 등락에 따라 춤추는 양상이었다.
이들 종목은 지수관련 대형주여서 곧장 종합주가지수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결정짓곤 했다.
국내증시의 ''절대변수''였던 그런 미국증시가 이젠 맥을 못추고 있다.
◆왜 따로국밥인가=미국주가가 국내증시의 ''큰 손''인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이젠 국내 증시의 구석구석까지 꿰뚫고 있는데다 시장지배력마저 커져 ''외풍''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외국인은 스스로 매매가격대를 정해 단타매매를 할 정도로 국내시장을 능란하게 요리하고 있다.
취약한 수급사정도 한 배경으로 꼽힌다.
투신사 등 국내기관이 깊은 잠에 빠져 있고 선물과 연계된 차익거래도 장세를 흔든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대형주가 프로그램 매매에 물려있어 미국증시와 다른 길로 가고 있다"며 "미국에선 금융주 등 전통 가치주가 재부상하고 있는데 우리시장은 뚜렷한 방향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과거의 한·미간 주가 동조화 현상은 지나친 측면이 있었던 만큼 이제야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투자포인트=미국 증시가 급류를 타면 한국증시도 다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경제 연착륙을 배경으로 미국 증시가 한단계 레벨업하면 주가 동조화가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는 것.엥도수에즈WI카증권 최재혁 영업부장은 "미국의 기술주 펀드들이 삼성전자 등 한국의 대표적 기술주들에 대한 편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미국증시의 연착륙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국내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을 찾으면 국내 증시도 미국증시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