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환율에 크게 의존하는 천수답(天水畓) 구조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이런 국가에서 최근처럼 무역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는 가장 큰 요인은 불리한 환율움직임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원화 환율이 세계 모든 국가중에서 가장 불리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영국의 유력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환율자료를 토대로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지난 1년간 7.9% 절상됐다.

조사대상 40개국(세계교역의 96%를 차지)중에서 절상폭이 가장 큰 수준이다.

조사대상국 가운데 자국의 통화가 미 달러화에 대해 절상된 국가는 5개국에 불과했다.

우리와 수출경합 관계가 가장 높은 일본 엔화는 2.8%,대만 달러화는 2.6% 절상되는 선에 그쳤다.

이밖에 통화가 절상된 국가는 그 폭이 1%에도 못미쳤다.

반면 대부분 국가의 통화는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년간 통화위기에 시달려온 터키 리라화는 무려 31.9% 떨어졌다.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의도적으로 약세를 유도한 유로화 가치도 13.6%나 절하됐다.

이처럼 원화 환율이 불리하게 움직임에 따라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히 환율요인만 따진다면 지난 1년간 우리 제품의 수출경쟁력은 일본제품에 비해서는 4.4%,중국과 대만제품에 비해서도 각각 7.3%,4.8% 떨어졌다.

특히 싱가포르 제품에 비해서는 무려 10.1%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 시점에서 환율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수출구조가 단기간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앞으로 예상되는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원활한 외화운용을 위해서는 경상거래(특히 무역수지 부문)측면에서 일정수준 이상 흑자규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따라서 외환당국은 원화 환율이 국내 수출업체들에 더 이상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추가재원확보를 통해 환 위험보험제를 활성화시켜 현재 환위험에 거의 무방비 상태인 중소기업들이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업계는 권고하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