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경제팀이 출범 3주째를 맞으면서 나름대로 색깔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시장과 재계의 목소리를 듣는 데 열심이고 이해관계 조정에도 신중해졌다.

과거 구조개혁 일변도에서 산업정책을 배려하는 균형론을 강조한다.

새 경제팀은 장관들 면면이 오랜 관료생활에서 터득한 노련함 신중함 상황적응력 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경제팀과 달리 ''설화(舌禍)''로 고생할 가능성은 그만큼 적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개혁의지가 약해보인다는 세간의 평가를 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책기조의 ''미세 조정''=진념 경제팀은 시장이나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돌이 우려돼온 현안에 대해 유연한 대처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공적자금 추가조성△예금부분보장제 △생명보험사 상장 등 3대 현안에서는 전임 경제팀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우선 이헌재 경제팀을 두고두고 괴롭혔던 공적자금 추가조성 문제는 국회동의를 받는 정공법을 선택,방향을 확실하게 정해 버렸다.

전 경제팀은 있는 돈을 최대한 활용하되 불가피할 경우 국회동의를 받아 추가조성한다는 신중론을 견지해왔었다.

예금부분보장제는 전 경제팀과 달리 보장한도(1인당 2천만원)를 확대하는 쪽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아직 한도확대 여부를 논할 때가 아니다"고 밝혔지만 한도 확대라는 말 자체를 꺼내지 않은 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체크한다''고만 밝힌 전 경제팀과는 사뭇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생보상장과 관련,상장이익중 일부를 계약자몫으로 배분하는 문제에 대해선 초법적으로 강행하지 않고 법리에 충실한 원칙론으로 선회했다.

이를 놓고 시장친화적이란 평가와 ''업계 친화적''이란 비난이 공존한다.

전 경제팀은 계약자들에게 주식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일부 연구기관들의 주장에 기운 편이었다.

이밖에도 새 경제팀의 발언록에서는 산업계를 배려한 발언들이 자주 등장한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취약한 시장기능을 대신해야 할 산업정책이 필요한 분야도 많다"며 적극적인 개입의사를 밝혔다.

진 장관도 금융과 실물의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지방경제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린다.

◆기본기 중심의 팀플레이=진념 경제팀의 가장 큰 특징은 20∼30년씩 손발을 맞춰온 관료들로 짜여진 점이다.

특히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 요직을 장악해 "서로 눈빛만 봐도 의중을 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재경부의 한 관료는 "전 경제팀이 이헌재라는 걸출한 스타플레이어 중심이었다면 현 경제팀은 기본기가 충실한 전문 테크노크라트로 짜여진 팀워크 중심"이라고 비교했다.

''중간계투조''로 평가되지만 사전에 몸을 충분히 푼 듯 초기 컨트롤은 괜찮아 보인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련함이 오히려 진념 경제팀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재경 산자부 금감위원장 등의 평균연령이 50대에서 60대로 높아졌다.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중한 대신 개혁 속도감이 떨어지고 변화를 꺼려 개혁강도도 약해질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평가=윤창현 명지대 교수는 "장관들이 그동안 ''시장의 힘''을 많이 공부해 정책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색깔로 비유하면 회색에 가깝고 관료적 보신주의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위평량 경실련 정책부실장은 "재벌을 보는 시각이 전 경제팀보다 한결 보수적"이라면서 "팀워크와 조율을 중시하다 개혁의 본질을 훼손시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경제팀에 대해선 올 국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지 여부로 평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