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 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한경머니자문위원)

유학시절,수업시간에 자주 듣던 말 중 하나가 "You are on the right track"이다.

직역을 하면 "당신은 올바른 궤도를 밟고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수업의 큰 줄기를 제대로 파악한 학생이 의미있는 질문을 할 때 교수님들이 종종 그런 말을 한다.

세세한 부분은 몰라도 적어도 큰 그림은 올바로 그리고 있다는 일종의 칭찬이다.

던져진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보다,스스로 던지는 "올바른 질문"을 더 중요시하는 그들 교육의 한 단면이다.

미국의 경쟁력은 어쩌면 바로 이 "올바른 질문"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식도 공부다.

경제를 배우고 돈을 배우고,자기 자신을 알고 인생을 깨치는,공부중에도 큰 공부다.

하지만 미국 아니라 별 나라를 유학해도 속 시원한 답이 없는 참으로 난해한 공부다.

그러다 보니 "주식공부를 고시공부 하듯 하라"는 어마어마한 격언까지 생겼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개의 경우 그 공부는 올바른 질문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너나 할 것없이 한결 같은 질문이 "어떤 주식을 살까,언제 사야할까?"다.

그래서 그 두터운 상장기업분석 책자를 뒤지고,공룡같은 경제를 한 눈에 넣으려 든다.

추천주,관심주,승부주...하며 맨 날 주식 "사는" 얘길하는 게 출발이 그래서 그렇다.

시황 설명회 끝에 강사를 에워싸고 종목 "찍어주기"를 종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게 "잘못된 질문"이란 말인가?

그 대답은 자명하다.

누가 나서서 잘못됐다고 핀잔줄 필요가 없다.

그 숱한 질문 뒤에 덩그러니 남은 반 토막 계좌들이 숫자로 말해주기 때문이다.

피같은 돈을 반이나 날릴 정도로 "심히 잘못된"질문이었다고.

지금도 늦지않다.

진정 우리 투자자들은 이제라도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큰 그림을 보는 질문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왜 사람들은 주식만 하면 대부분 손실을 볼까...

20년전,또는 2년전에 비해 시장은 몇배씩이나 올랐는데 왜 잃었다는 사람이 더 많을까...

난 무슨 수로 그 소수의 성공하는 무리에 속한 것인가...

도대체 성공과 실패는 무엇에서 가려지는 것일까...

모처럼 올바른 질문이 나온 김에 그 해답을 한번 찾아보자.

간단한 동전 던지기 게임에서 그 답이 나온다.

아주 유리한 도박이 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베팅금액의 한배 반을 받고,뒷면이 나오면 베팅한 돈만 잃는 그런 게임이다.

주식으로 치면 장이 매우 힘이 좋아 이익률이 손실률의 1.5배인 그런 상황이다.

모든 참가자가 천원씩을 가지고 게임에 임한다.

동전을 모두 1백번 던지게 되는데 참가자들은 한가지 사항을 미리 결정해야 한다.

남은 돈의 일정비율을 매번 베팅해야 한다고 할 때 그 비율을 얼마로 할 것이냐는 거다.

주식에서 소위 손절매 비율과 같은 것이다.

1백번을 다 던진 뒤의 결과는 어떨까.

놀랍게도 10%씩 베팅한 사람은 5천5백원이 넘는 반면,40%씩 지른 사람은 거의 깡통을 찬다.

주식이나 동전 던지기나 미래를 모르기는 한가진데 결국 누가 벌고 누가 잃는다는 말인가?

바로 손실을 짧게 가져가는 사람,즉 손절매를 잘하는 사람이 번다는 말이다.

장이 아무리 강해도 손실을 키우는 습관이 있으면 결국 다 잃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손절매를 기계처럼 잘 할 것인가...

이를테면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올바른 질문"이 낳은 "옳바른 고민"말이다.

모기가 뜯는 푹푹찌는 여름 밤,남의 다리는 아무리 긁어도 시원치가 않다.

내 다리를 긁자.

이미 반토막난 내 계좌,질문이 그릇되면 본전은 요원하다.

올바른 질문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