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G와 9천억원 상당의 외자유치 협상을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현대사태와 관련해서 "자진사퇴"쪽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르면 28일(이하 한국시간)로 예정된 뉴욕 현지에서의 기자간담회에서 외자유치성과와 함께 거취문제에 대해 밝힐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이 회장은 자신이 현대 사태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되는 데 대해 ''사실과 다르며 억울하다''면서 반발해왔으나 진위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현대에 누를 끼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사태가 시장에 준 충격을 감안할 때 현대 고위경영진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시장과 채권단 등의 직·간접적인 요구에 대해 이 회장은 본인이 이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지난 25일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사재를 출연한다는 특단을 내린 것도 이 회장의 퇴진 결심에 작용한 것으로 재계 관측통들은 풀이하고 있다.

또 금융감독위원회가 현대투신증권 신탁자산 불법사용과 현대중공업의 현대전자 지급보증 문제 등과 관련,이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고려중인 것도 그의 퇴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의 징계가 결정될 경우 현실적으로 현대증권 회장직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회장의 거취표명 시기는 미국 AIG와의 9천억원 외자유치 협상을 마무리한 직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는 이 회장은 28일 뉴욕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외자유치건과 함께 사퇴 발표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회장이 이미 지난 21~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 회장과 만나 자신의 거취문제를 상의했다는 소문도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 일각에선 이 회장이 물러나는 한편 정몽헌 회장이 사재 출연과 함께 직접 경영정상화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효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이 퇴진을 결정할 경우 그동안의 공로에 대해 현대그룹이 상당한 배려를 할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다.

이 회장이 ''대북사업''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이익치 회장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창구인 현대아산이나 현대종합상사 현대상선 등 북한 비즈니스를 하기에 좋은 자리로 옮길 것이라는 예상이 강하다.

이 회장의 거취문제와 관련,현대그룹측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이 회장이 29일 귀국해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