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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152) 제2부 : IMF시대 <2> 여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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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홍상화

    잠시 후 진성구와 이성수는 선술집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혜정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이 없을까?"

    진성구가 숙였던 고개를 들며 이성수에게 불쑥 말했다.

    "어떤 고통인데?"

    "남자에게 잔인하게 버림을 받았다고 믿는 고통이야…"

    "누구한테? 어떻게?"

    "나한테…그건 오해야.완전히 오해야.나는 그것을 그때 FBI 요원이 말했듯이 ''신의 행위''로 믿었어"

    "FBI 요원은 무슨 말이야? 무슨 일이 있었어?"

    이성수의 물음에 진성구가 고개를 떨구었다.

    잠시 후 고개를 들고 진성구는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시카고 영화제에 참석하고 있었어.너도 알다시피 ''젊은 대령의 죽음'' 영화가 영화제 본선에 올라갔었지.마지막 날 혜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지.그 당시 미국에 있던 닥터 노와 결혼하기 위해 혜정이 미국으로 떠나기로 된 날 전날밤이었어.막상 떠나려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거야.빨리 한국에 와서 자기를 어디든 데려가 달라며 울면서 부탁하는 거야…"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진성구가 말을 이어갔다.

    "그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을 거야.그것은 혜정의 분명한 사랑의 고백이었고 나는 혜정을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나는 결심했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혜정을 데리고 멀리 여행을 떠나기로…그래서 그때의 아름다운 기억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살아가리라고…"

    진성구는 고개를 숙였다.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그때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기로 했어.아침에 눈을 뜨면서 하루가 시작되고 저녁에 잠이 들면서 하루가 끝나는 그런 하루 말이야.매일매일 하나의 새로운 인생을 사는 거지.그렇다고 내가 혜정과 같이 보낼 그런 하루하루가 오래 계속되리라 믿는 바보는 아니야.혜정의 사랑은 지속될 수 없는 격정이야.바로 그것이 혜정을 특별한 여자로 만드는 거야…헤어질 때 혜정이 큰 상처만 입지 않기를 바랐지.그런데 지금 나는 혜정에게 심한 상처를 주었어"

    "왜?"

    "그때 나는 결국 올 수 없었고 혜정은 김포공항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내가 오지 않자 미국으로 떠나 닥터 노와 결혼을 했지.그것이 정말로 ''신의 행위''일까?"

    이성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성구는 침묵 속에 그때 시카고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이성수에게 그때 일어났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경험하기 힘든 혹한 속에서도 그의 눈에 비친 시카고 시가지는 봄기운을 품고 있는 듯했다.

    시카고 시간으로 오늘 새벽 이혜정이 장거리 전화를 통해 한 말이 그의 가슴을 봄비처럼 촉촉히 적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잠자리에 들기 전이에요.아무래도 실수를 하는 것 같아요…"

    울먹임 속에 털어놓은 혜정의 애원은 그에게 있어서는 사랑의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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