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換亂)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우리 사회에 20,30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벤처기업 붐을 타고 거머쥔 목돈을 흥청망청 써버리는 젊은 한량들로 유흥가의 밤거리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그런가하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력에 기대 인생을 즐기겠다는 ''기생(寄生)인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돈을 버는 것은 물론 씀씀이의 절제를 배우지 못한 ''병든'' 젊은이들로 인해 사회의 도덕적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백상창(66·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박사는 청년세대 모럴 해저드 현상에 대해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과 외환위기라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이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도덕적 가치와 양심을 전수하는 데 실패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무절제·도덕불감=서울 강남의 룸살롱엔 자리가 없다.

룸살롱 주변엔 외제차량이 즐비하다.

갑자기 사업가들의 접대가 늘어났을 턱이 없다.

바로 술과 유흥을 즐기는 ''젊은 사장님''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벤처기업 붐을 타고 들어온 ''눈먼 돈''을 어떻게 하면 ''화끈하게'' 써버릴까 고민하고 있다.

골프채를 메고 서슴없이 해외로 나가는 젊은이도 바로 이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해외로 골프채를 들고 나간 여행객은 모두 1만6천7백17명.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같은 기간의 7천5백20명보다 2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들중 20,30대가 전체의 67.5%.

골프 여행객 3명중 2명이 20,30대라는 얘기다.

돈을 버는 데도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얼마전 검찰에 걸린 증시의 작전꾼의 주역은 30대 펀드매니저였다.

이들은 코스닥 등록업체 사장과 합작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늘어나는 기생인생=최근 국세청의 집중조사 대상에 오른 A씨.

올해 25세의 유학생이다.

신고소득이 전혀 없는 그는 지난 한햇동안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6만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아버지는 모 회사의 대표로 올해 신고소득이 단돈 1백만원이다.

국세청은 이들 부자와 법인 모두에 탈세혐의를 두고 집중 조사중이다.

또 다른 조사대상자인 34세의 B씨.

직업은 부동산임대업체 임원.

과거 수년간 신고소득은 몇푼 안되는 월급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한햇동안 2백54일간 해외여행을 했다.

세무당국의 확인결과 B씨의 아버지는 부동산임대업자였다.

당국은 변칙 증여에 혐의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치유방안=''비틀거리는 청년세대''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만만치 않다.

자칫 사회통합 자체를 무너뜨릴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백 박사는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선 돈을 천시해 올바르게 벌고 사용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며 "갑자기 돈을 만진 젊은이들이 순간의 쾌락을 좇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진단한다.

LG경제연구원 권혁기 박사는 "청년세대의 도덕적 해이는 그들만의 타락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며 "상속·증여 제도의 개편,건전한 기부문화 조성 등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