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총리' 役 일단 성공 .. 李총리 30일 취임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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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건 못봤냐. 다 하늘이 시키는 것이다"
"후삼국시대의 갈등은 현재의 동서갈등과 비슷하다. 정치적 역할이 필요하다"
30일로 취임 1백일을 맞은 이한동 총리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고려를 창설한 왕건을 빗대어 이 총리 본인의 대권 야망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는 또 "정치나 사회나 경제나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경륜이 있어야 한다. 우선 총리나 제대로 해놓고 보자"고 말했다.
''행정총리''와 ''정치총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욕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제하에서는 정치인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며 그간 속으로만 삭여온 복잡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5월23일 ''경제총리'' 박태준씨의 뒤를 이어 취임했던 이 총리는 입법.행정.사법부를 두루 거친 다양한 경륜을 앞세워 짧은 시간에 ''민생총리''로서 자리를 잡았다.
지난 1백일간 의약분업 관계장관회의 등 관계장관회의 6회, 벤처기업 종합지원센터 개소식 등 행사참석 72회, 일본총리 등 외빈접견 49회 등은 ''국정챙기기''에 대한 이 총리의 열의를 잘 대변해 준다.
특히 정부기능을 경제, 통일.외교.안보, 인적자원개발, 사회.복지.문화 등 4대분야로 나눈 팀제도를 도입, 정부부처간 정책혼선 방지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한 점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총리실의 참모들도 "부하직원을 대할 때 소탈하고 꾸밈이 없어 마치 형님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업무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 총리는 앞으로 겪어야 할 시험이 많다.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의료계 폐업사태, 현대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 등 산적한 현안이 그의 추진력을 기다리고 있다.
자민련 총재라는 또다른 직분은 동시에 덫이 될 수도 있다.
''당이 정상화되면 총재직을 내놓겠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자민련호의 운명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몸이다.
이 총리가 자민련몫 총리라는 태생적 한계를 딛고 일어나 그의 바람대로 ''총리다운 총리''가 되기 위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다면 차기대권 후보로도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후삼국시대의 갈등은 현재의 동서갈등과 비슷하다. 정치적 역할이 필요하다"
30일로 취임 1백일을 맞은 이한동 총리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고려를 창설한 왕건을 빗대어 이 총리 본인의 대권 야망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는 또 "정치나 사회나 경제나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경륜이 있어야 한다. 우선 총리나 제대로 해놓고 보자"고 말했다.
''행정총리''와 ''정치총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욕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제하에서는 정치인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며 그간 속으로만 삭여온 복잡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5월23일 ''경제총리'' 박태준씨의 뒤를 이어 취임했던 이 총리는 입법.행정.사법부를 두루 거친 다양한 경륜을 앞세워 짧은 시간에 ''민생총리''로서 자리를 잡았다.
지난 1백일간 의약분업 관계장관회의 등 관계장관회의 6회, 벤처기업 종합지원센터 개소식 등 행사참석 72회, 일본총리 등 외빈접견 49회 등은 ''국정챙기기''에 대한 이 총리의 열의를 잘 대변해 준다.
특히 정부기능을 경제, 통일.외교.안보, 인적자원개발, 사회.복지.문화 등 4대분야로 나눈 팀제도를 도입, 정부부처간 정책혼선 방지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한 점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총리실의 참모들도 "부하직원을 대할 때 소탈하고 꾸밈이 없어 마치 형님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업무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 총리는 앞으로 겪어야 할 시험이 많다.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의료계 폐업사태, 현대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 등 산적한 현안이 그의 추진력을 기다리고 있다.
자민련 총재라는 또다른 직분은 동시에 덫이 될 수도 있다.
''당이 정상화되면 총재직을 내놓겠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자민련호의 운명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몸이다.
이 총리가 자민련몫 총리라는 태생적 한계를 딛고 일어나 그의 바람대로 ''총리다운 총리''가 되기 위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다면 차기대권 후보로도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