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그룹 주일대표인 빅토리오 볼피가 지은 ''일본빅뱅''(지구촌,8천원)은 일본판 ''무엇을 할 것인가''다.

러시아혁명을 위해 레닌이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에게 고(告)한 ''무엇을 할 것인가(What is to be done)''를 보는 듯한 절박함이 묻어난다.

눈앞에 경기자극책은 있지만 구조개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일본.

과연 일본은 ''재생''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걸까.

저자는 머리말에서 회의하고 있다.

일본이 2000년대를 맞아 진정으로 재생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28년간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한 서구인의 눈으로 그 해답을 찾는다.

저자는 버블붕괴가 일본경제 위기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고 한다.

일본의 사회,문화와 관련된 복합적인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결국 일본경제와 사회,문화라는 세가지 측면을 모두 놓고 고찰해야 본질적인 해결책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두가지다.

일본의 고도성장을 떠받쳐온 전후 경제시스템이 종말을 고했다는 사실 하나.

관치금융,종신고용으로 대표되는 노동관행,업계와 관료 등이 결탁해 외국 자본의 일본진출을 원천적으로 막아온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얘기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도 전에 핵폭탄에 버금가는 디플레이션에 빠져든 것이다.

이어 구태의연한 ''한패의식''에 뿌리를 둔 사회이념과 합리적 사고를 가로막는 주입식 교육시스템을 두번째 원인(遠因)으로 꼽고 있다.

저자는 이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토지신화의 환상에서 깨어나 논리적으로 사고하라 △글로벌 스탠더드를 인정하라 △새로운 국가모델을 재건하라 △한패의식을 청산하라 △관료·교육시스템을 개혁하라고 주문한다.

웬만한 토종 일본인 못지 않게 일본 역사도 꿰고 있는 저자는 의식적인 측면에서 재무장도 강조하고 있다.

무명의 벤처기업 격이었던 일본을 세계 제일의 기업으로 상장시켰던 힘은 낙천적이고 무사(無私)했던 메이지시대 선조들의 ''신념''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 정신을 현대적으로 이어받자고 일본인들을 충동한다.

무수히 많이 나온 일본경제 진단서적 중에서도 쉽고 일목요연하게 읽히는 느낌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