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지독점 전재 ]

동아시아 경제가 뭔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아시아 각국 경제가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지리적 인접성을 비롯한 ''공동체 속성''으로 인해 동아시아권 국가들은 요즘 행복한 소식을 접하고 있다.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경제가 지난 몇 년간의 경제위기에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뉴스다.

이는 긴급자금 지원과 투자자 신뢰도,소비자 수요 회복 등 여러 가지 요인들에 힘입은 것이다.

회복세가 뚜렷해지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쓰라린 경제위기는 이제 하나의 축복으로 변신하고 있다.

동아시아 무역의 절반이 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연한 길조다.

특정 국가에서 수출이 늘어나면 다른 나라의 수입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결국 역내무역을 확대시켜 부분적인 자급자족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올해 동아시아 지역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음에도 불구, 여전히 올 전체로는 8%대의 성장을 이룩할 전망이다.

홍콩과 대만 중국도 6∼8%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경제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의 경우도 올해 3∼5%의 성장률을 내다보고 있다.

물론 동아시아가 경제위기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데는 적어도 1년정도는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내무역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이것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하나의 큰 힘을 발휘할 것만은 확실하다.

동아시아는 마침내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대미(對美) 전자제품 수출이 일부 아시아 경제에 있어서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주중 동아시아 경제에 영향을 미친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유보결정이 아닌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투자비중 분기별 조정 발표였다.

MSCI가 일부 아시아 시장의 비중을 축소할 경우 펀드 매니저들은 이같은 결정에 즉각 반응한다.

이제 동아시아 국가들이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유럽과 일본의 전자제품 수요 증가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결국 앞으로 아시아 경제의 리스크는 무역 이외의 요인에 달려있다.

가장 확실한 요인으로 투자 수준의 저하와 정부 부채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부채 문제는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심각하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중앙은행은 부채해소 작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반면 필리핀의 경우 상대적으로 은행의 재무 상태가 건실함에도 불구,부채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 전체에 걸쳐 투자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는 아시아 은행들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들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하고 있고 대출 업무 재개도 가능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기업대출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아시아 증시는 각국의 괄목할만한 GDP 증가에도 불구,순차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의 지수는 올들어 20%이상 하락했으며 태국증시는 30%이상 떨어졌다.

싱가포르도 10% 하락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이웃 나라 경제의 실패로 인해 어느 정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공통분모를 가진 아시아에서 어떤 나라의 경제가 고통을 호소하면 다른 무역 상대국들도 같이 아픔을 느끼게 되는 원리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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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8월26일자)에 실린 ''행복한 이웃(Happy Neighbours)''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