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 명지대 교수 / 경영무역학부 >

최근 반도체경기의 정점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면서 주가가 요동을 쳤다.

특히 이 논쟁의 중심에 있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주식의 시가총액은 상장주식 전체의 약 23%를 차지한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인들이 이들 종목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30일 현재 삼성전자 주식의 외국인 보유주수는 8천5백44만38주로 보유율은 56.51%다. 현대전자는 2억1천5백52만4천15주로 약 44%다.

외국인들은 이들 두 종목을 2백87억달러어치 갖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예상 경상수지흑자폭은 약 1백억달러다.

그러니까 만일 외국인들이 이 종목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하면 우리가 1년간 피땀흘려 벌어들인 경상수지 흑자를 다 동원해도 달러로 바꿔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러면 무역수지는 어떤가.

올 상반기 우리나라 반도체 분야의 수출은 1백19억달러,수입은 95억달러이므로 이 분야 수지흑자는 24억달러다.

그런데 우리 경제 전체의 상반기 무역수지흑자는 42억5천만달러다.

반도체산업의 수출은 전체수출의 13%정도인데 이 부문의 수지흑자는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56%다.

이렇게 보면 현재 우리 경제는 반도체산업에 목을 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주가지수,지본수지,무역수지 등이 모두 반도체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전세계적 반도체경기의 하락 혹은 반도체가격이 급락할 경우 그 파장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우선 대표적 흑자수출산업의 침체로 인한 경상수지의 악화가 일어나면서 반도체주가 폭락이 발생하고 이 여파로 주가지수가 급락한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와 병행하면서 자본수지마저 엉망이 될 수 있다.

최근 리스크 관리기법이 발달하면서 ''밸류앳리스크''라는 개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현재보유자산을 토대로 자산가격이 불리하게 움직일 때 향후 일정기간 최고 얼마까지 손해를 볼 수 있는가를 실제 액수로 표시한 숫자다.

그동안 우리는 반도체산업을 엄청난 규모로 발전시키며 그 부가가치를 즐기는 ''수익관리''에만 익숙했지 이러한 발전이 가진 또 하나의 얼굴,즉 이 산업의 침체가 곧 국가경제 전체의 위기를 의미할 정도가 된 부분에 대한 국가차원의 ''리스크관리'' 측면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가경영자들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현안에 급급해하면서 거시적 관점과 장기적 안목을 토대로 한 마스터플랜을 짜는 데에는 소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리스크관리시스템을 작동시키자.우선 삼성전자 현대전자 및 관련분야 기업들에 대한 분사(spin-off) 및 계열분리 조치 등이 조속히 실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가전부문을 독립시키도록 유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검토과제다.

이는 반도체 분야에서의 악재가 그룹 전체 혹은 국가경제전체로 확산되는 통로를 차단하는 일종의 서킷브레이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바이오테크산업 등 각종 신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여 반도체분야의 비중이 자연 축소되도록 해야 하며 반도체분야에의 신규 진입을 억제하는 조치도 시행해야 한다.

금융시장쪽에서는 선물거래소에 반도체선물 혹은 관련 선물상품을 상장하거나 반도체가격에 연동된 스트럭처드채권 등을 거래하도록 허용,반도체관련 기업들이 금융시장을 통해 리스크관리를 할 수 있는 체제도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편입비중을 줄이기 위해 조만간 주식을 매도할 것''이라는 ''괴담''이 증시에 나돌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우리의 국가전략산업이다.

이 분야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리스크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리스크관리''는 적이 아직 보이지 않고 평화로울 때 여러가지 대비를 해놓는 작업이다.

적이 보이면 이미 늦은 것이다.

chyun@wh.myongj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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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