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견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40)의 "마스터 키튼"한국어판(대원동화)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총 18권.보험조사원인 키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는 이 작품은 화려한 그림도,화끈한 액션도 없지만 일단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만큼 독자를 사로잡는다.

"인디아나 존스"와 "맥가이버"를 합쳐 놓은 듯한 재미가 원동력이다.

주인공은 일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히라가 다이치 키튼".영국 로이드 보험회사에서 조사원으로 일하는 그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영국 특수부대 SAS 교관을 거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꿈은 대학교수가 되어 유럽 고대 문명지를 발굴하는 것.하지만 세상과 타협할만큼 영악하지 못한 그에겐 강사자리 하나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은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생계를 위해 곳곳에서 일어나는 보험 사고를 찾아다니는 신세다.

가는 곳마다 갖가지 사건에 얽혀들고 그는 남다른 지략과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해간다.

영국 SAS와 아일랜드 IRA의 분쟁(위선의 유니온 잭)이나 독일의 집시 학살(하메룬에서 온 사나이)까지.책속에 펼쳐지는 사건들은 모두 정확한 역사적 배경에 뿌리한다.

고고학 세계사 군사학을 아우르는 키튼의 해박한 지식은 독자들에게 충분히 지적인 재미를 준다.

각 에피소드의 근간을 이루는 훈훈한 휴머니즘과 등장인물들의 인간미는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생활력"이 모자라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딸한테까지 걱정을 듣는 키튼의 허술한 구석은 오히려 매력적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살뜰히 챙기는 조숙한 딸 유리코는 꼭 끌어안아주고 싶을 정도고 아직도 예쁜 여자들에게 사족을 못쓰는 할아버지까지 밉기는 커녕 사랑스럽다.

완결편에서 키튼은 독재자의 숨겨진 재산을 둘러싼 암투로 몰살 위기에 빠진 마을을 구하고 자신이 내세운 가설인 도나우문명 기원설의 진원지를 발견한다.

위기의 순간에서 던지는 키튼의 대사는 극 전체를 관통하는 메세지다.

"용기를 갖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마" 작가는 그렇게 독자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말한다.

스토리(카츠시카 호쿠세이)의 탄탄함도 돋보이지만 캐릭터에 생기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밀도있게 연출해내는 우라사와의 솜씨는 작품을 재미와 품격을 갖춘 명작으로 만들었다.

만화평론가 이명석씨는 만화웹진 마나마나에서 "역사와 인간을 바라보는 치밀하고 명징한 시각이나 세계 각국의 풍물에 대한 구체적이고 풍부한 묘사가 돋보이는,좋은 스토리 작가와 훌륭한 만화가의 행복한 결합이 낳은 걸작"이라고 평했다.

눈에 띄지 않아서,다음권 기다리기가 지루해서,만화가 날고 기어봐야 만화지...이런저런 이유로 "키튼"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가을이 가기전에 18권 분량의 특별한 즐거움에 푹 빠져볼만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