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우먼에 대한 모든 좋지 않은 고정관념을 깨버린 여성 최고경영자(CEO)''.

당시 미 언론의 찬사는 끝이 없었다.

대학졸업 후 연봉 3만달러대의 말단사원으로 출발해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의 정상에 올랐다는 점,두 아이의 어머니와 아내로서 가정과 일을 훌륭히 양립시켰다는 점,터프하면서도 여성특유의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는 점….

그리고 소녀시절 모델과 영화배우를 거쳤을 만큼 뛰어난 외모는 이 여성 CEO에게 빛을 더했다.

바라드의 부침은 매텔이 40년 넘게 키워온 ''바비인형''의 성쇠와 함께 했다.

지난 83년 바비인형 사업부를 맡은 후 의사 간호원 소방대원 대통령후보까지 다양한 신모델을 선보이는 수완을 발휘,전세계에 ''바비 신드롬''을 일으켰다.

80년대초 불과 2억달러이던 연매출은 지난 15년 사이에 20억달러로 불어났다.

그녀는 CEO 등극 후 이 여세를 몰아 타이코토이즈 피셔프라이스 등 라이벌업체들을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러나 90년대말의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타지 못했다.

게임기 등 각종 첨단 장난감이 쏟아져 나온 데다 바비인형의 선호연령층도 점점 낮아졌다.

급기야는 98년 4분기 순익이 전년동기의 3분의 1 수준(6천4백만달러)으로 급감,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황한 바라드는 지난해 ''러닝''이란 교육용 소프트웨어업체를 35억달러에 인수,매텔을 완구업체에서 종합 가족오락업체로 탈바꿈시킨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렇지만 이 전략은 실패작이었다.

회사체질의 급격한 변화에 걸맞은 조직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2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냈다.

사내불화로 5명의 최고 중역들도 매텔을 떠났다.

당연히 매텔 주가는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렸다.

취임 당시 28달러선에서 98년 3월 46달러까지 솟구쳤던 주가는 사정없이 곤두박질쳤다.

현재 주가는 12달러대로 최고치에 비해 75%나 함몰했다.

이렇게 되자 매텔 이사진은 올 2월초 최종판결을 내렸다.

"질 바라드 퇴장!"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