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31일 오는 2001년으로 예정된 ''예금자보호한도제'' 실시를 금융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연기할 것을 주장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총재취임 2년을 기념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구조조정이 실패한 마당에 정부가 예금자 보호한도액을 2천만원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여권의 선거비 실사개입 논란과 관련,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어 "만약 김 대통령이 이같은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는 떠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일단 기회를 주고 지켜보겠다"며 "당장 정권퇴진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기자회견의 주요내용.

◆ 경제.사회문제 =예금자보호한도제와 관련, 이 총재는 "이 정부가 가장 자랑했던 개혁정책인 금융구조조정은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의료대란에 이어 국민에게 고통을 줄 것이 뻔한 정책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오만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시행의 연기를 제안했다.

이 총재는 공적자금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정부가 썼던 1백7조1천억원의 공적자금에 대해 그 사용내역과 의사결정의 근거를 밝히고 책임 또한 추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의약분업을 강행함으로써 의료대란을 야기시켰다"며 "지금은 국민이 동의하는 의약분업을 위해 원점부터 되돌아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빛은행 불법대출 파문과 관련, "그동안 물밑에 감춰졌던 엄청난 관치금융의 부정이 드러나고 있다"며 "성역없는 수사로 관련자 전원을 문책할 것"을 주문했다.

◆ 국회.남북 문제 =이 총재는 정기국회 참여문제와 관련, "선거부정을 축소 은폐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라며 정부측이 성의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불참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또 여야 영수회담 제의 용의에 대해선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직한 지도자의 마음가짐"이라며 "과거 영수회담 이후 돌아온 것은 통탄과 분노 뿐이었다"고 말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우리나라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누구라도 만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 때가 아니라고 전에 말했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