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관악지점에서 발생한 부정대출사건은 기업대출 취급의 투명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각 은행마다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 강화를 위해 집중투자하고 있지만 아직도 소프트웨어는 뒤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내부직원이 공모할 경우 강화된 심사제도도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나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정대출 수법=한빛은행 관악지점은 아크월드 등 4개기업에 지난 2월부터 5백80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해 줬다.

부정대출에 사용된 수법은 본점의 자체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현 제도의 맹점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 특징이다.

관악지점은 먼저 4개기업에 정상적으로 대출할 수 있는 한도가 넘어서자 타업체 명의를 도용했다.

68개 다른 업체의 사업자등록증만을 받고 자금을 빌려 주는 형식으로 4개기업에 돈이 흘러들어가도록 한 것.

대출 취급때 기본적으로 받는 융자대상 자격 검토나 채권보전서류 등은 전혀없이 부정대출한 것이다.

또 기업대출을 원활히 하기위해 각 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영업점장 전결제도를 악용했다.

이 지점은 내국신용장 어음매입을 업체당 3억원까지는 본점 여신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지점장이 전결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자금을 3억원 미만으로 쪼개 본점의 감시를 피해갔다.

내국신용장을 사들이는 방식도 자체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수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빛은행은 내국 신용장 직매입 업무는 거래가 적다는 이유로 본부 상시감시항목에 아예 포함 시키지 않았다. 관악지점은 이를 악용한 셈이다.

자체 감사제도도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은행은 본점 감사제도 외에 각 영업점에서 자체 감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관악지점도 대출취급 담당자 중 한 명을 자체 감사인으로 지정해 지점에서 일어나는 대출건을 상시 감시토록 한다.

그러나 자체 감사인은 지점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이번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효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점에서 자체 감사자로 임명된 직원도 불구속수사를 받기도 했다.

◆대응책은 없나=한빛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도 이같은 부정대출의 발생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대출 외압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현 시스템하에서는 어느 은행에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성수 한국금융원 연구위원은 "한 지점에서 수백억원대의 부정대출을 한 것은 한마디로 은행 내부 통제시스템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점장 전결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