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1일 수석비서관과 비서관 행정관 등이 참석한 월례조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분위기 일신''과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비서실 직원들의 보직을 배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각 수석비서관들도 월례조회가 끝난 뒤 근무기간이 오래된 비서관 등에게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얘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한 실장이 비서실 직원들의 보직을 ''염려''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과거 정권 아래에선 청와대 비서관으로 1~2년 근무하면 관련부처의 차관보나 차관으로 영전하고 수석비서관들은 입각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왔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에서는 2년반 이상 근무한 비서관들마저 보직을 배려받는 경우가 드물다.

이에 대해 한 비서관은 "대통령의 근접거리에서 일하는 것 하나만으로 개인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전제하고 "그렇지만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해 왔던 일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부처 직원들보다 승진이 늦어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청와대 직원들은 "격무로 심신이 지쳐 있고 설령 보직에서 불이익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청와대 근무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재 청와대 직원들은 매일 오전 7시 전후에 사무실에 출근해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청와대 직원들이 ''윗사람''과 보직을 상의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