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반도체업계가 특허침해소송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대만의 칩셋업체인 바이아테크놀로지를 특허침해로 제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인텔은 앞서 지난달 31일에도 반도체 설계업체인 브로드콤에 대해 같은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전자는 지난달 30일 반도체 설계업체인 램버스가 부당하게 라이선스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특허 무효소송을 캘리포니아 새너제이법원에 냈다.

세계 2위의 메모리칩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램버스를 독점금지법 위반혐위로 제소했다.

이처럼 반도체업체들이 연쇄소송에 휘말린 것은 ''상호 기술공유''가 반도체업계의 필수불가결한 요인인 탓이다.

자체 개발한 특허 및 기술만으로 반도체상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모든 반도체는 회로설계에서 제조공정, 재료공학 등 각 부문에 걸쳐 여러 기업들이 가진 특허권을 상호교류하면서 탄생하는 합작품이다.

그러나 생산업체에 자체개발한 기술을 빌려주고 라이선스료를 거둬들이는 반도체 설계업체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특허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램버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메모리칩의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램버스는 라이선스계약때 자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즉각 특허권 침해소송을 내는 공격적인 특허전략을 구사해 논란을 낳고 있다.

현대전자를 비롯 독일의 인파네온,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램버스와 특허싸움을 진행중인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런 예다.

인텔 역시 특허권을 단순히 ''방패''가 아니라 ''공격무기''로 쓰기 시작했다.

인텔이 브로드콤을 제소하고 나선 것은 통신칩시장에서 ''경쟁의 싹''을 사전에 잘라 버리자는 속셈이다.

바이아에 대한 제소 역시 이 회사가 인텔의 경쟁업체 AMD을 지원하는 협력업체라는 점을 염두에 둔 행위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기술협력이 불가피한 반도체업계에서 이처럼 특허권이 핫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앞으로 반도체업계의 소송 몸살은 고질병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