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미묘한 신경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외상은 지난 주 ''중국의 일본영해 침범''과 중국 주룽지 총리의 방일문제를 논의하러 중국을 방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북한 김정일을 만났고 이번 주에는 일본을 방문중이다.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어색한 힘의 균형을 유지해온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다시 자리다툼에 나서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동아시아 냉전의 최후 전선인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가 모두에게 득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좋지 못한 관행과 세 싸움이 재현됨에 따라 한반도는 힘든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를 통일로 이끌어줄 한국과 북한의 화해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 주한·주일 미군 주둔 문제를 재검토하라는 압력을 동시에 가하고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간 라이벌의식도 다시 불이 붙었다.

한반도 주변 강국들은 북한이 갑자기 붕괴할 경우 스탈린 공산주의자들이 점령해버리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해외원조때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양면작전을 쓰는 북한을 다루는 것은 복잡한 문제다.

늘 그래 왔듯이 북한은 한 손을 한국과 미국에 내밀어 이산가족상봉과 미사일개발 포기에 대한 대가로 현금을 요구하며 또 다른 한 손은 일본 러시아 중국 등에 걸쳐놓는 독특한 외교노선을 걷고 있다.

이런 북한의 전술은 이미 이들 국가 사이를 벌려놓기 시작했다.

동아시아는 이제 ''분열 외교''가 자라는 옥토다.

이 지역의 적개심은 냉전후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옛소련이 모두의 적이었을 때 중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미국의 보호 아래 뭉쳤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오랜 라이벌인 중국과 일본은 서로의 적대감을 아직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영토·영해 문제 등 양국간 영향력 경쟁에 따라 긴장이 계속됐다.

중국은 남지나해와 대만에 군사력을 동원,위협을 가하고 있고 일본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망(NMD)에 협력,중국의 심기를 건드린다.

이 불안한 힘의 균형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일은 앞으로 수 개월간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북한 때문만이 아니라 이 지역 강대국들은 각자 시끄러운 집안 문제를 안고 있다.

푸틴은 쿠르스크 잠수함 사고 등으로 해외에서 힘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본 모리 요시로 내각은 6월 총선에서 참패한데다 정치 스캔들과 개혁문제가 엉켜있다.

러시아와 일본이 주춤하는 동안 중국의 움직임은 이웃나라들에 위협이 된다.

장쩌민은 은퇴를 2년 앞두고 영향력을 확보하고 싶어한다.

그는 올초 대만에 통일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대만이 협력치 않을 경우 중국내에서 민족주의를 불러일으켜 군사 대치에 이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곧 새 대통령을 뽑는 미국은 NMD 설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대립했다.

중국은 NMD가 후에 있을 대만과의 분쟁에서 핵무기의 억지력을 약화시킬 것을 두려워한다.

미국은 동아시아 안정에 관심을 쏟아붓고 있지만 동시에 이 지역에서 다른 나라들의 영향력이 약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과 인도는 해적소탕을 위해 공동 해군군사훈련을 가질 예정이고 호주는 동티모르 문제에서 앞장섰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북한의 미사일개발 억제를 비롯 정작 골치 아픈 동아시아의 문제는 모두 미국에 떠넘긴다.

앞으로 수 개월간 동아시아에서는 여전히 남북화해의 축제 분위기가 계속되는 동시에 위험수위도 높아져 갈 것이다.

정리=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영국 이코노미스트지(9월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