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기업 자금난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몸사리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표금리는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지만 초우량 기업을 제외한 중견기업들은 인수처를 구하지 못해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투기등급 채권의 경우 연 13~14%의 고금리를 제시해도 여전히 발행이 어렵다.

한 중견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증권사에 문의했지만 발행은 못하고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소문만 퍼졌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이미 발표한 자금시장 대책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10조원 규모의 채권전용펀드는 현재 조성금액이 5조5천억원에 머물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를 모은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가 잇따라 발행되고 있지만 돈가뭄을 해갈하기엔 역부족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최근 발행된 프라이머리 CBO 가운데 투자부적격 등급의 비중은 16%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CBO 발행물량중 투기등급 채권 비중을 높일 경우 시장에서 소화시키기 어렵다"는 게 발행 주간사를 맡았던 한 증권사 관계자의 이유있는 항변이다.

기업들은 추석 이후를 더욱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달부터 올해말까지 기업들이 상환해야 할 회사채는 20조4천억원에 달한다.

이중 자금마련이 어려운 투기등급(BB+ 이하)이 14%(2조8천억원)나 된다.

특히 올 12월엔 10조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다.

하반기 대규모 자금수요에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설까지 겹쳐 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 4.4분기 회사채 금리가 다시 두자릿수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