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최대 상업도시인 뭄바이(Mumbai)의 콜라바(Colaba)구역에 위치한 웨일스 왕자 박물관(Prince of Wales Museum).식민통치의 잔재와 인도의 자존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명제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곳이다.

웨일스는 영국 조지 5세의 왕자때 명칭.영국은 그의 인도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914년 이 건물을 지었다.

박물관은 그러나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영국의 ''냄새''를 거의 풍기지 않는다.

대신 인더스 유물,간다라 미술품,힌두교 조각상 등 인도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들로 가득 차있다.

이곳의 전시품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미술관 한쪽 모퉁이에 있는 청동제 조각상.공기에 산화돼 잿빛에 가까운 색채를 띠고 있지만 두 발만은 유독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관람객들이 존경의 표시로 손으로 발을 어루만지는 통에 녹이 슬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각상의 주인공은 바로 타타(Tata)그룹의 창업주인 잠세티 타타(Jamseti Tata)이다.

종교간 반목이 끊이지 않는 인도의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소수 종파(조로아스트교)신자인 그는 20세기 실존 인물로는 유일하게 이 박물관에 모셔지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인도인들은 왜 숱한 영웅호걸과 애국지사를 제쳐 놓고 개인 박물관도 아닌 이곳에 ''이교도 출신 장사꾼'' 잠세티 타타를 박물관의 얼굴로 내세운 것일까.

사실 인도인들은 마하트마 간디가 독립의 정신적 지주였다면 잠세티 타타는 독립의 실질적 기반을 준비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산업기술 확보가 애국''이라는 신념으로 자동차 건설 화학 등 중공업 분야의 기업을 키웠고 그 이윤으로 빈민구제에 적극 나섰다.

교육사업에 대한 관심도 각별했다.

일생동안 20여개의 초?중등학교를 세워 인도의 역사를 일깨웠다.

우리나라도 자유경제 시장원리를 도입한지 벌써 50여년이 지났다.

그러나 인도의 잠세티 타타와 같은 국민적 추앙을 받는 기업가가 여전히 부럽기만 하다.

우리나라도 박물관에 오르는 ''애국적'' 기업가의 등장을 한번 생각해볼 때인 듯하다.

뭄바이(인도)=김태철 벤처중기부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