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그걸 먹고 싶어한다.
아니,먹으려고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게다가 식도락의 황홀감에 빠진 돼지에게서 이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쫓아내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뿐더러 한 손으로 송로를 구조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돼지를 막아내기엔 덩치가 너무 크다"
피터 메일이 "프로방스에서의 1년"이라는 책에서 송로 채집에 대한 얘기를 실감나게 묘사한 대목이다.
식탁 위의 다이아몬드라 부르는 송로버섯,트뤼프(Truffe).
오만 가지 단어로도 그 향과 맛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한 조각만 들어가도 평범한 리조토에 환상적인 맛을 더해 준다는 그 트뤼프 만큼 미묘한 향과 깊은 맛을 지니고 있는 것이 우리네 송이버섯이다.
송로버섯이 떡갈나무나 개암나무 뿌리 위에서 자라는 데 비해 송이버섯은 20~30년생의 늘 푸른 소나무 밑에서 자라 소나무 향이 온몸에서 배어 나온다.
우리 나라에서는 적송림이 우수하고 송이 균이 자라기 좋은 화강암 토질인 강원도 양양과 인제, 경상북도 봉화,영주,문경,상주 등에서 좋은 송이가 많이 나온다.
산 속의 쇠고기,버섯의 귀족이라 부르는 송이버섯은 6월말에도 여름송이라 하여 나오긴 하지만 추석을 전후한 요즘이 가장 품질이 좋을 때다.
물에 씻지 않고 물수건으로 흙을 닦아낸 뒤 껍질채 그대로 또는 썰어서 바로 요리해 먹어야 그 깊은 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얇게 썰어 날로 먹거나 구워서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좋고 쇠고기와 야채 등을 곁들여 전골을 끓여 먹어도 좋으며 된장찌개에 몇 조각 썰어 넣으면 찌개 맛을 훨씬 풍미 있게 해주는 게 송이버섯이다.
송이버섯은 크기와 갓의 상태,자루의 굵기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데 향이 진하고 갓이 도톰하며 몸체가 단단하고 어른 주먹만한 길이의 송이버섯이 상품이다.
또 너무 큰 송이버섯은 쇠어서 야들야들한 맛이 없고 갓이 옆으로 퍼진 송이버섯도 캐는 시기를 지난 것이므로 등급이 떨어진다.
들어보아 묵직한 것이 좋은데 워낙 송이버섯 값이 금값이라 이맘때면 송이버섯 속에 쇠못을 박아 무게를 속여 팔았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리니 사는 사람이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값이 만만치 않기로는 막상막하인 송로버섯을 거래하는 프랑스에서도 송로버섯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 버섯에 흙을 처바르기도 하고 선물 상자 안에 무게 나가는 것을 넣거나 버섯 안에 금속을 넣거나 이탈리아나 스페인산 송로버섯을 섞어 팔기도 한다고 하니 큰 돈을 주고 좋은 물건을 구입하는 즐거움에 찬물을 끼얹는 상술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특이한 것은 그 귀한 송이버섯이 한때는 산골 아낙네들이 몇 광주리씩 캐다 장아찌를 해 먹을 정도로 흔했다는데 송이버섯의 그 알싸한 향에 반한 일본인들이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수입해 가면서 송이버섯 값이 오르기 시작했고 품귀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버섯왕"이라 불릴 정도로 버섯을 좋아했던 로마의 네로 황제가 버섯을 따오는 사람에게 같은 무게의 금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정말로 요즘의 송이버섯 값은 금값이라 할 만하다.
실제로 그해 작황 상태와 품질에 따라 차이가 있어 값은 품질에 따라 1kg에 20~60만원씩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에게 송이 밭을 공개하는 양양 송이 축제에는 우리 나라 사람보다 일본인 관광객이 더욱 많았던 사실을 봐도 일본인들의 송이버섯에 대한 관심을 쉽게 알 수 있다.
올해는 일반인에게 송이 밭을 공개하는 양양 송이축제가 9월 29일부터 10월 8일까지 남대천 둔지와 송이산지를 중심으로 열리는데 산신제,사물놀이 등이 함께 이뤄져 축제 분위기이므로 많은 양은 아니지만 내 손으로 송이버섯을 따고 버섯요리 잘하는 집에서의 식사까지 계획한다면 주말 가족 나들이로 좋은 코스다.
양양송이축제 참가 문의 : 033-670-2239
양양 송이산지 주변에서 송이버섯으로 맛있는 요리를 하는 집
*양양리 버섯마을 033-672-3145 *오색리 오색자연송이식당 033-672-5621 *현북면 향림면옥 033-672-1362 *임천리 녹원갈비 033-671-2325 *남문리 이모네 숯불갈비 033-671-2959 천연송이버섯을 파는 곳 *양양임업 033-672-8980 *설악 버섯상회 033-672-0407 *형제 약초상회 033-671-2523
글 / 신혜연 (월간 데코 휘가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