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상 < 한국노동연구원 고용버험연구센터 소장 >

최근 정부와 여당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경영계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이른바 3D직종의 일자리에는 취업을 기피하고 있어 단순기능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일정 부분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내국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전문·기술직종에 한하여 외국인의 국내취업을 허용하고 3D직종 인력수요가 있는 단순기능직종에 대해서는 외국인 취업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1993년에 외국인 산업연수제도를 도입하여 ''근로자''가 아닌 ''연수생''의 자격으로 단순기능 외국인력을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실제 근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수생이라는 이유로 시장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연수생의 입장에선 연수기업을 이탈하여 불법으로 근로자의 신분으로 취업하게 되면 시장임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불법취업자가 되고자 하는 유인이 있다.

이에 반해 산업연수생을 배정받지 못한 사업주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여 인력난을 해결하고자 하는 유인을 갖게 된다.

외국인 산업연수제도는 이러한 시장원리에 따라 사회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많은 사업주를 범죄자로 만드는 제도적 결함을 갖고 있다.

현재 전체 외국인의 64%가 불법 취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업 인력난을 이유로 이를 방치하고 있어 법 집행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외국인에 대한 인권 탄압,노동착취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으며,외국인 송출국으로부터 반한감정이 누적되어 외교적으로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현행 외국인 산업연수제도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키 위한 제도다.

사업주에게 일정기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게 허가해주고 또 국가의 책임하에 신속하게 적합한 외국인력을 소개,사업주가 고용하고자 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대신 합법적인 근로자로 인정하여 생산성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도입은 국가적으로나 기업 전체적인 입장에서 볼 때 비용보다 혜택이 큰 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하게 되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비용이 증가,중소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현재 외국인 근로자를 산업연수생으로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국내 근로자 임금의 70∼80%에 이르는 시장임금을 지급해야 되므로 현재보다 기업 부담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으로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는 이미 시장임금을 지급하고 있으므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더라도 현재보다 기업 부담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불법취업자를 고용하고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해방될 수 있다.

또 현재 인력난에도 외국인 연수생을 배정받지 못하는 사업주는 낮은 임금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어 현재보다 기업 부담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숙식비용을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의무가 없어지며,외국인에 대한 선택권이 사업주에게 부여된다.

따라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반드시 기업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인력수급을 원활히 할 수 있다.

만일 사업주와 국익을 위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다수의 사업주가 반대한다면,현행 외국인 산업연수제도는 국제협력 차원에서 순수한 연수제도로서 유지하면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병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업주에게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외국인 산업연수제 중 더 유리한 제도를 선택하게 하면 멀지 않아 대부분의 사업주는 고용허가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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