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쏟은 국은 되담을 수 없지만... .. 박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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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규 < 시인 / 문학평론가 >
자신이 큰 의도 없이 내뱉은 말로 물의를 빚은 사례가 많다.
몇달전 정부 한 부처의 고위직 공무원이 기자들과 함께하는 사석에서 동석한 여기자에게 모욕을 주는 말을 한 것이 문제가 돼 경질된 일이 있다.
"국제법상의 국군포로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어떤 장관은 그 말이 와전된 것임을 강변해야 했고,학생들의 과외비를 정부에서 지원하겠다는 등 상식 밖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곤욕을 치르던 한 장관은 얼마 뒤의 개각에서 경질되고 말았다.
공인이 아닌 보통사람들 사이에서도 스스로 내뱉은 말로 빚어진 뜻밖의 결과 때문에 당황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테면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을 폭로했다가 그것이 크게 알려지자 해명이나 보충 설명도 없이 자취를 감춰 버린다거나,참으로 견디지 못할 모독을 당한 사실을 공개했다가 오히려 공개적인 역공을 당해 곤혹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말이 말을 낳는다고 한다.
스스로의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느라 무수한 네티즌들의 공방전에 끼여들어야 하거나,뭇 언론사의 취재 표적이 돼 자신의 일상을 접어야 하는 수도 있다.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정부 고관들의 말을 보도한 일부 기자(또는 네티즌)들도 실은 그 같은 결과까지는 원하지 않았다가 보도 사실 자체를 후회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은 밤에 한 말 한마디를 아침에 벌써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그런 시대다.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일수록 심사숙고하지 않고 내뱉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대량화되고 다종화된 신문·방송이 즐비한데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 일들은 다반사로 일어나게 돼있다.
무심코 한 말이건,정말 억울해서 한 말이건,진실을 전하겠다는 사명감에서 한 말이건,이제 그 말이 몰고올 파장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계산해야할 처지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내뱉은 말을 빨리 거둬들일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둬야 하거나.
특히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무수한 글들은 ''과연 저런 식으로 글을 쓸 수 있나'' 할 정도로 무책임하거나 무계획적인 말들로 가득차 있기가 보통이다.
정확한 표현을 기본으로 여겨야 하는 문학 분야마저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면 ''이게 문학하는 곳인가'' 하는 한탄이 절로 난다.
어린 네티즌끼리 통용되는 통신언어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욕설 비방 음란한 말들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문제삼는 것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씌어진 글을 방치하고서 여전히 또다른 글을 써서 올려놓곤 하는 습관에 관한 것이다.
즉 글을 쓰는 사람들이 스스로 잘못 쓴 글을 고치지 않고 방치해 버리는 습관이 생겨나 있다는 얘기다.
이 습관은 사실 무서운 것이다.
작가는 자기가 낸 책에서 잘못 쓰인 글자를 확인하고도 다음 쇄를 낼 때 고치지 않고 그냥 내는 습관이 붙어 버렸다.
기자는 오보를 내고도 일언반구 해명하지 않거나,건성으로 아주 조그만 정정기사로 슬쩍 넘어가 버리는 습관이 들었다.
학생들은 오자 투성이,잘못된 표현 투성이의 과제물을 스스로 한번도 되읽어 보지 않고 제출하는 습관이 들어 있다.
이제 전국민이 작가요 기자요 과제를 제출하는 대학생이 된 인터넷 시대,그들은 슬프게도 이땅의 공직자·전문가들처럼 스스로 한번 쓴 글을 절대로 고치지 않으려는 의지 있는 소신파(?)가 돼 버렸다.
쏟은 국물을 국그릇에 되담을 수 없는 법이지만,여기서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해 본다.
인터넷 통신이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경우 반드시 그 글과 똑같은 것이 그 사람의 편지함에 편지로 남겨져 있어서 적어도 한번만이라도 되읽을 기회를 갖게 하는 방법이다.
글쓰기라는 것은 자기를 드러내는 방편이지만 동시에 자기 성찰의 방편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편지를 되돌려 놓는 일이 남에 대해,세상에 대해 품은 자신의 생각을 한 차례 더 숙고하게 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fiction@freechal.com
◇필자 약력=
△경희대 국문과
△협성대 문예창작과 교수
△소설집 ''날아라 거북이''등
자신이 큰 의도 없이 내뱉은 말로 물의를 빚은 사례가 많다.
몇달전 정부 한 부처의 고위직 공무원이 기자들과 함께하는 사석에서 동석한 여기자에게 모욕을 주는 말을 한 것이 문제가 돼 경질된 일이 있다.
"국제법상의 국군포로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어떤 장관은 그 말이 와전된 것임을 강변해야 했고,학생들의 과외비를 정부에서 지원하겠다는 등 상식 밖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곤욕을 치르던 한 장관은 얼마 뒤의 개각에서 경질되고 말았다.
공인이 아닌 보통사람들 사이에서도 스스로 내뱉은 말로 빚어진 뜻밖의 결과 때문에 당황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테면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을 폭로했다가 그것이 크게 알려지자 해명이나 보충 설명도 없이 자취를 감춰 버린다거나,참으로 견디지 못할 모독을 당한 사실을 공개했다가 오히려 공개적인 역공을 당해 곤혹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말이 말을 낳는다고 한다.
스스로의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느라 무수한 네티즌들의 공방전에 끼여들어야 하거나,뭇 언론사의 취재 표적이 돼 자신의 일상을 접어야 하는 수도 있다.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정부 고관들의 말을 보도한 일부 기자(또는 네티즌)들도 실은 그 같은 결과까지는 원하지 않았다가 보도 사실 자체를 후회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은 밤에 한 말 한마디를 아침에 벌써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그런 시대다.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일수록 심사숙고하지 않고 내뱉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대량화되고 다종화된 신문·방송이 즐비한데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 일들은 다반사로 일어나게 돼있다.
무심코 한 말이건,정말 억울해서 한 말이건,진실을 전하겠다는 사명감에서 한 말이건,이제 그 말이 몰고올 파장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계산해야할 처지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내뱉은 말을 빨리 거둬들일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둬야 하거나.
특히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무수한 글들은 ''과연 저런 식으로 글을 쓸 수 있나'' 할 정도로 무책임하거나 무계획적인 말들로 가득차 있기가 보통이다.
정확한 표현을 기본으로 여겨야 하는 문학 분야마저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면 ''이게 문학하는 곳인가'' 하는 한탄이 절로 난다.
어린 네티즌끼리 통용되는 통신언어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욕설 비방 음란한 말들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문제삼는 것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씌어진 글을 방치하고서 여전히 또다른 글을 써서 올려놓곤 하는 습관에 관한 것이다.
즉 글을 쓰는 사람들이 스스로 잘못 쓴 글을 고치지 않고 방치해 버리는 습관이 생겨나 있다는 얘기다.
이 습관은 사실 무서운 것이다.
작가는 자기가 낸 책에서 잘못 쓰인 글자를 확인하고도 다음 쇄를 낼 때 고치지 않고 그냥 내는 습관이 붙어 버렸다.
기자는 오보를 내고도 일언반구 해명하지 않거나,건성으로 아주 조그만 정정기사로 슬쩍 넘어가 버리는 습관이 들었다.
학생들은 오자 투성이,잘못된 표현 투성이의 과제물을 스스로 한번도 되읽어 보지 않고 제출하는 습관이 들어 있다.
이제 전국민이 작가요 기자요 과제를 제출하는 대학생이 된 인터넷 시대,그들은 슬프게도 이땅의 공직자·전문가들처럼 스스로 한번 쓴 글을 절대로 고치지 않으려는 의지 있는 소신파(?)가 돼 버렸다.
쏟은 국물을 국그릇에 되담을 수 없는 법이지만,여기서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해 본다.
인터넷 통신이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경우 반드시 그 글과 똑같은 것이 그 사람의 편지함에 편지로 남겨져 있어서 적어도 한번만이라도 되읽을 기회를 갖게 하는 방법이다.
글쓰기라는 것은 자기를 드러내는 방편이지만 동시에 자기 성찰의 방편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편지를 되돌려 놓는 일이 남에 대해,세상에 대해 품은 자신의 생각을 한 차례 더 숙고하게 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fiction@freechal.com
◇필자 약력=
△경희대 국문과
△협성대 문예창작과 교수
△소설집 ''날아라 거북이''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