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밸리"의 신화를 만들어낸 주역 패션몰 밀리오레.

밀리오레는 동대문을 거점으로 지난 6월초 서울 명동점에 이어 9월1일 부산 점포의 문을 열었다.

내년에는 대구 광주에도 새로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밀리오레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밀리오레 뿐아니라 두산타워 디자이너클럽 씨마1020 등 다른 재래시장 패션몰들도 전국 각지에 체인점을 만든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대적인 팽창전략을 마련중이다.

다국적 거대 유통기업의 한국 시장공략으로 국내 유통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제 유통시장도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은 것이다.

중견 유통업체나 재래시장 자영업자들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들은 아직 시장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수성(守城)이 간단치 않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전국시장을 무대로 점포확대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점포확장 열풍의 중심에는 백화점과 할인점이 있다.

전국 규모의 점포망을 갖추지 않고는 브랜드나 바잉파워(Buying Power)가 약해 거대 외국자본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아예 대형화에 승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백화점시장 4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내년 말까지 4개 백화점을 새로 열어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롯데는 신규 출점 외에 중견 백화점 등의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신세계백화점은 9월말 개점하는 서울 강남점을 포함해 4개 점포를 확장해 2년 안에 10개 점포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올들어 급부상한 할인점 시장에서는 토종(土種)인 신세계E마트 롯데마그넷, 외국계인 까르푸 월마트, 합작사인 홈플러스 등 5개 대형업체가 저마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전국에서 점포 신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할인점에 입지를 크게 위협받고 있는 슈퍼마켓도 대형화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LG유통 한화유통 해태유통 등은 올들어 문을 여는 매장 면적을 종전 2백-3백평에서 5백평 규모로 확대하고 점포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할인점과의 구분을 없애 동네 상권을 지키겠다는 "맞불 전략"이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대형화 경쟁에서 비켜나 "차별화.전문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소득계층이 양극화되면서 아예 고소득층에 초점을 맞춰 매장을 고급화하거나 수입 명품중심으로 상품구조를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차별화를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다.

황금상권인 서울 강남에 위치한 갤러리아백화점은 대형 백화점과의 외형 경쟁을 포기하고 고급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명품백화점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고품격 백화점"의 위상을 굳히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의 경우 고급화를 컨셉트로 구두 가방 잡화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전문매장을 8월 초 열었고 도매만을 해온 누죤 아트프라자 등은 소매 영업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