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제프리 존스씨의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70년대초 한국에서 2년간 선교사로 활동했던 그는 1980년 ''김&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한 이래 21년째 한국에 살면서 인수합병(M&A)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거둬 한국의 실직자들을 돕는 ''미래의 동반자''재단을 설립하고 한국 벤처기업 돕기에도 앞장서고 있지요.

한국인 아내와 오순도순 된장찌개나 청국장을 즐기는 벽안의 이방인.

그는 누구보다 한국을 잘 알고 좋아하는 외국인입니다.

그가 지난 주말 ''나는 한국이 두렵다''(중앙M&B,7천5백원)라는 책을 냈습니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오랫동안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한 것이긴 한데 그 논리와 시각이 매우 독특합니다.

듣기에 따라 거북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한국병을 고치면 한국이 망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한국병들이 오히려 약이라는 얘기죠.

이같은 역발상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21세기는 변화의 시대다.

시대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변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그만큼 유리한 출발점에 서 있다.

새로운 잣대를 들이대보면 한국인들의 단점이 어마어마한 잠재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바로 이것입니다.

시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한국인의 희망과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이 나라가 얼마나 빨리 발전할 지 차라리 두려운 마음이 든다는 거죠.

"한국병의 원천으로 지탄받는 ''빨리빨리''가 정보화를 앞당기고 있다.

모든 정보가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5분만 앞서가도 50년을 먼저 갈 수 있다.

누군가 나보다 앞서가는 것을 눈뜨고 못볼만큼 속도에 민감한 사람들.

이것이 인터넷 세상을 이끌어갈 한국인의 모습이다.

그동안 늘 한발이나 두발 가량,5년에서 10년 정도 늦었던 한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그의 지론은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결국 "40년 주기설에 비춰볼 때 미국은 2025년 전후로 누군가의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큰데 가장 강력한 후보자가 한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그 무렵 한국은 인터넷 세상의 선두주자가 돼 있을 것이고 통일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그의 미래 진단이지요.

그렇다고 장밋빛 낙관론만 펼치는 건 아닙니다.

''죽겠다''는 말을 자주 쓰면서도 막상 죽을 지경에 처해야만 정신을 차리는 위기불감증과 사회지도층의 불안감 조성,체면중시 풍조 등을 반드시 고쳐야 할 점으로 꼽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미려는 비합리성,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공직자들의 복지부동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좀더 당당해야 한다""남북은 좀더 철저한 준비를 거쳐 20∼30년 후에 통일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등의 충고도 잊지않았습니다.

그의 책은 지난해 일본사람의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을 떠올리게 합니다.

국제질서 재편과 우리의 미래를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아픈 칭찬''이자 ''쓴 약''으로 다가옵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