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장군님께서 보내시는 송이버섯 선물이 쌍방 수뇌분들 사이의 신뢰를 보다 두터이하고 북남 인민들 사이에 동포애의 정을 일층 뜨겁게 하게 되리라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지난 1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서울에 온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 일행은 김 위원장이 추석 선물로 보낸 송이버섯을 전달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 선물은 북측 희망대로 추석날인 12일 늦게까지 남북정상회담 대표단과 남측 언론사 사장단,주요 인사 등 3백명에게 전달됐다.

최근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도 ''선물''이 갔다.

이렇게 배달된 선물이 남측 주요 인사들의 가정에서 북녘의 송이향기를 전하고 있을 즈음,김 비서 일행은 한반도의 남단 제주도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곧장 한라산을 찾았다.

태풍 ''사오마이''의 영향으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북측 일행은 기념사진까지 찍으며 감회에 젖었다.

남측에게 북한 송이버섯은 무엇이고 김 비서 일행에게 한라산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김 위원장이나 김 비서 등 북측 인사들이 한라산에 대해 부쩍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 남측 사람들이 백두산에 오르고 싶어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측에서야 중국을 통해서라도 백두산에 갈 수 있지만 북측에서는 아무리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곳이 한라산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선물해온 ''칠보산 송이''의 의미도 다르지 않다.

송이버섯이야 남측에서도 맛볼 수 있고 북한산 송이버섯도 수입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녘 동포와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은 남한에도 드물다.

분단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일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 발표 이후 급진전하던 남북관계가 이달 들어 주춤한 상태다.

김 비서의 남한 방문으로 이런 교착상태가 풀려 더 많은 사람이 북녘 송이의 향기를 맡고 더많은 북녘 동포들이 한라산을 오르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송이선물보다,한라산 등반보다 더 좋은 선물은 남북화해요 통일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