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왔다.

위대했던 여름이 지나고 혼자인 사람은 낙엽이 흩날리는 날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헤매일,오직 한 사람을 택해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한 비옥한 시간을 가꾸고픈 가을.

시인들에게 고독과 그리움의 영감을 불어넣는 계절,극장가에도 가을분위기가 물씬하다.

여름철 액션과 공포물이 점령했던 스크린이 애틋한 멜로영화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한국영화로는 지난주 개봉된 "시월애"를 필두로 내년초까지 7편 가량의 멜로대열이 이어진다.

굵직한 외화 들도 이달말부터 잇따라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국산 멜로의 첫 주자인 "시월애"(감독 이현승.싸이더스 우노필름)는 이정재.전지현의 시공을 뛰어넘는 사랑을 아름다운 영상에 실었다.

심은하 전도현을 이을 재목으로 거론되는 전지현의 관객 흡입력이 관심거리다.

바톤은 10월말 "물고기 자리"(감독 김형태.제이원프로)가 잇는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남자를 바라봐야 하는 물고기 자리 태생 여자의 애달픈 사랑이 담긴다.

이미연의 절제된 눈물연기가 백미라는 소문.

감독은 "사랑의 빛과 그늘을 교직시켜 모두에게 잠재된 외로움의 속살을 드러내고 싶다"고 했다.

12월초 극장에 걸릴 "하루"(쿠앤필름.감독 한지승)는 고소영.이성재 커플을 내세웠다.

젊은 부부가 오랜 바램끝에 아기를 갖게 되지만 아이가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무뇌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격게 되는 절망을 축으로 한다.

화려한 이미지의 고소영이 깊은 슬픔을 삭이는 연기를 어떻게 해낼지가 관건.

"우리에게 필요한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는 게 감독의 변이다.

연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순애보"(쿠앤필름)도 관심작이다.

"정사"를 만든 이재용 감독의 두번째 작품.

서울과 도쿄에 살고 있는 남녀가 인터넷을 매개로 마음을 나눈다.

이정재가 일본 연예계의 아이돌 스타 다치바나 미사토와 연기호흡을 맞춘다.

제작발표회때 선뵌 맛배기 필름은 왕가웨이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색감과 스타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감독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연과 운명을 통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불후의 명작"(감독 심광진.시네마서비스)은 크리스마스에 전해질 따스한 선물이다.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겠다"고 감독은 말한다.

박중훈과 송윤아가 걸작을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사는 에로비디오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 분해 절망속에서 뭉클한 사랑을 꽃피운다.

내년 1월1일 개봉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싸이더스 우노.감독 박흥식)는 일단 전도연.설경구라는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입사 3년차 대리인 은행원과 보습학원 강사의 소박한 사랑이 줄거리.

역시 내년 1월 선보일 "선물"(감독 오기환.좋은 영화)은 이영애.이정재 커플이 끌어간다.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랑하는 남자와 이별을 준비하는 여인의 절절한 슬픔을 그린다.

감독은 "새롭진 않더라도 한없이 웃고 한없이 울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고 했다.

톱스타들을 기용한 이들 멜로물이 98년을 안팎으로 "접속""편지""약속"등으로 불어닥친 멜로돌풍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화들도 만만찮은 로맨스 공세를 펼친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감독 니키타 미할코프.30일 개봉)는 오랜만에 걸리는 대형 러브 스토리다.

지난해 칸 영화제 개막작.

광활한 시베리아를 무대로 벌목권을 따내려는 여성 로비스트(줄리아 오몬드)와 젊고 열정적인 사관생도의 엇갈린 사랑을 고급스럽게 펼쳐보인다.

이탈리아 체코등 유럽 4개국이 의기투합해 5백8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들였다.

"스토리 오브 어스"(감독 로브 라이너.30일 개봉)에선 브루스 윌리스와 미셀 파이퍼가 "오래된 부부"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들려준다.

리처드 기어와 위노나 라이더 콤비의 "뉴욕의 가을"(감독 조안 첸.미정)은 바람둥이 남자와 시한부 삶을 사는 여자의 애잔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김혜수 기자 dearsoo@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