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이 됐을 때 종소리를 내는 자명종은 언제부터 사용됐을까.

자명종은 1631년 베이징에 사신으로 갔던 정두원이 서양 과학서적과 함께 가지고 들어와 국내에 처음으로 전래되었다.

국사 교과서에는 이 서양식 자명종을 최초의 자명종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후 국내기술로 자명종이 만들어졌다.

현종 10년(1669년)에 동력으로 작동되는 2개의 혼천의(渾天儀)가 제작됐다.

당대 최고 기술자인 이민철이 만든 물을 동력으로 하는 수력식 혼천의와 천문교수인 송이영이 개발한 톱니바퀴와 흔들이(진자)가 달린 추동식(錘動式)혼천의가 그것이다.

송이영의 추동식 혼천의가 바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자명종으로 현재 고려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국보 230호이다.

이 자명종은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 천체현상을 나타내는 혼천의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2개의 추가 달린 시계장치에 맞물려 있다.

추를 낙하시킴으로써 시계장치가 작동하고 이것이 혼천의와 시계를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 시계는 동아시아 최초의 기계식 천문시계이다.

정각이 되면 이 시계는 하루에 12번 종을 쳤다.시간이 움직일 때마다 혼천의에 달린 태양 모형은 태양의 길(황도)을 따라 회전하면서 태양의 위치를 알려주고 달의 모양을 가르쳐준다.

이 혼천의는 관측용이 아닌 연시용(演示用)으로 홍문관에서 천문,지리의 연구와 교육에 사용됐다.

이 자명종은 서양의 기계시계와 전통시계 제작기술이 이뤄낸 동서 과학문명의 결정체인 셈이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사가인 니덤(Joseph Needham)은 "세계 유명 과학박물관은 이 시계의 복제품을 반드시 소장해야 한다"고 까지 극찬한 바 있다.

<남문현 건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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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혼천의 : 천문관측을 위한 원형 기구로 고대 중국의 순 임금이 천체를 관찰하기 위해 만든 선기옥형이라는 기구에서 유래했다.

혼천의에는 망원경이 달려있어 별자리를 관측하는데 이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