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을 보라(Look North)''

200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호주에는 요즘 한국 중국 일본 등 북반구 3국에서 수입된 젓가락 문화붐이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호주 상류사회에선 젓가락 사용이 일반화됐고 유명 레스토랑에서 포크만 쓰는 사람은 돈만 많은 ''졸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젓가락은 고급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호주에서 발행되는 각종 일간지엔 젓가락과 관련한 칼럼이 심심찮게 게재되고 한·중·일 3국의 젓가락 문화 차이에 대한 분석기사도 나오고 있다.

한 칼럼기사는 아래와 위의 크기가 거의 똑같고 대물림을 할 정도로 내구성(?)도 뛰어난 한국 쇠젓가락을 최고 명품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젓가락 사용법(How to use chopsticks)을 담은 책도 날개돋친 듯 팔린다.

이 책의 별책부록은 플라스틱 콩과 젓가락.대학구내식당에서 학생들이 젓가락으로 플라스틱 콩 집는 연습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한국학생들을 만나면 한수 가르쳐달라고 조르기 일쑤라고 한다.

김석호(호주 해양연구소 연구원)씨는 "호주인들은 한국이나 일본인들이 경박단소한 전자제품을 잘 만들어내는 솜씨가 젓가락을 쓰는데서 비롯됐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 초소형 휴대폰이 현지 젊은층을 중심으로 크게 어필하는 것도 젓가락붐과 무관하지 않다.

"현지 젓가락붐에 착안,젓가락 문화의 원조급인 한국에서 만든 작으면서도 기능이 다양한 휴대폰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 ''빅히트''에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신정수 삼성전자 호주법인장은 최고의 마케팅은 문화전수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호주의 젓가락붐과 국산 휴대폰 인기를 보면서 얼마전 국내의 상당수 중학생들이 젓가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해서 화제가 됐던 일이 떠올랐다.

이른바 ''햄버거 세대''라서 그렇다는 얘기였다.

반도체를 세계에서 제일 잘 만드는 한국인의 손재주가 젓가락 사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맞다면 맥도날드 햄버거에 맛들인 세대가 산업역군이 되는 10년쯤후엔 한국 전자산업의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시드니=윤진식 산업부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