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조세연구실장 >

추석직후 주가가 우울하다.

어제 코스닥지수는 한때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00선이 무너졌었다.

미국증시 하락과 국제유가 상승,선물옵션 9월물 만기부담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탓도 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경기상승세가 둔화되는 추이가 완연하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거래대금면에서 세계 12위의 시장이며 아시아의 6대시장의 하나로 부상한 코스닥시장이 그 위상과는 달리 투자자를 보호하여 안전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시장내 인프라구조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달초 정부의 ''코스닥시장 운영개선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시장의 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이는 수급차원의 처방보다는 시장구조적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코스닥시장은 증권업협회가 운영하는 제2의 증권시장으로 시작했고 증권업협회가 증권거래법에 의거하여 상장법인이외 법인 유가증권의 거래에 따른 제반사항을 관리하도록 돼있다.

때문에 증권업협회가 증권사들의 이익 대변과 불공정거래 증권사에 대한 감리업무를 함께 하는 이해상충 문제를 안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나스닥이나 자스닥 등과는 달리 딜러시장이 아닌 경쟁매매시장 구조다.

따라서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장외시장의 개념이 아닌 독립거래소다.

그런데도 시장관리 및 운영업무 등을 주도적으로 수행하지 못함에 따라 관리 및 운영의 질이 양적 성장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책임과 권한을 갖고 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주체가 존재하도록 코스닥시장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필요성은 세계 증권거래소 시장상황을 둘러보면 더욱 명백해진다.

최근 세계 각국의 증권거래소는 국제투자자금의 급격한 이동과 정보통신기술 혁명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는 와중에서 치열한 생존의 길을 모색중이다.

일본에 자스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재팬이 설립됐고,나스닥 등 세계 유수 거래소의 주식회사 전환 및 합병이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자본시장의 급성장으로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의 경쟁이 표면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한시바삐 두 시장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증권시장구조에 있어서도 외국의 추세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도면밀한 계획하에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스닥시장이 중소 벤처기업의 자금공급을 원활히 하고 투자자 보호에 충실한 경쟁시장시스템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코스닥시장에 대해 적정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도록 법체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경영합리화를 위해 현재의 회원제로 운영되는 폐쇄적 주식회사 형태에서 개방된 주식회사 형태로 점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코스닥시장의 자율규제를 위한 감독기구로서 코스닥 위원회의 조직 및 구성에 있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코스닥위원회는 증권업협회내에 설치돼 있고,협회의 코스닥 관리부가 사무국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협회로부터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제안한 것처럼 코스닥위원회를 증권업협회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만들면 증권감독업무인력을 전문화하고 실질적인 의미의 자율적 증권감독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증권거래소의 법령에 의한 독점체제가 장기간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거래소시장이 국제경쟁환경으로부터 보호된 면도 없지 않으며 시장의 다양한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증시발전 단계상 현 단계에선 시장간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 수요자의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의 관계도 이러한 시각에서 정리돼야 한다.

insill@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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