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후 자금시장 기상도는 여전히 "흐림"이다.

금융 구조조정과 채권시장의 수급 악화로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자금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몰리는 대규모 자금수요가 자금시장에 암운을 드리고 있다.

은행권엔 이달중 채권전용펀드에 4조~5조원과 제일은행 풋백옵션 지원을 위한 예보차입금 4조~5조원 등 최대 10조원 가량의 자금수요가 대기하고 있다.

또 수신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권의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에 고여 있던 단기자금이 대거 투신권의 MMF(머니마켓펀드)로 이동함에 따라 은행권 운용여력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한빛은행의 부정대출 사건 등 잇따른 금융사고도 은행권의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투신권 상황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MMF는 단기자금 성격이 강해 장기채권에 대한 운용여력이 크지 않다.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비과세상품도 매수대상이 우량 지표채권으로 한정돼 있다.

여기에 종금사들의 잇따른 영업정지로 단기자금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나마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를 묶어 발행하는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가 잇따라 발행돼 중견.중소 기업의 자금난에 다소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지난달 2일 LG증권이 60개사 1조5천5백억원 어치의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한 이후 지금까지 3조2천5백53억원 어치가 시장에서 소화됐다.

추석 이후 다음달까지 4조원 안팎의 프라이머리 CBO로 추가로 발행될 예정이다.

지난주엔 고유가 쇼크로 금리와 환율이 오르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10일 하루 80만배럴 증산에 합의했음에도 불구,국제시장에서의 고유가행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주 금융시장의 촉각도 국제 유가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