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17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테헤란밸리 M&A시장엔 창투사들이 속속 매물로 나오고 있다.

자본금 1백억원대의 창투사를 40억∼50억원의 헐값에 인수하겠다며 배짱을 부리는 재력가도 있다는 것.

코스닥 폭락의 주범으로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벤처캐피털 직원들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불난 데 기름붓는''식으로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규제도 고달픔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자금줄 마른 창투사=일부 신생 창투사들은 자금줄이 말랐다.

올초 벤처기업에 뭉칫돈을 몰아준 창투사들은 이제 실탄(재원)이 거의 바닥났다.

투자조합을 결성하려해도 돈을 대려는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는다.

코스닥시장의 침체로 이미 투자해놓은 자금은 꽁꽁 묶여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투자자산을 장외에서라도 팔아 재원을 마련하고 싶지만 가격이 폭락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사려는 곳이 없다.

''개점휴업''의 절망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좋은 업체를 발굴해도 투자재원이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벤처열풍때 투자조합(펀드)을 결성하면서 내세운 높은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는 것도 도저히 자신이 없다.

답답한 캐피털 직원들의 마음엔 부담만 쌓여간다.

신규 재원을 마련키 위해 등록기업의 지분을 팔면 "창투사들은 코스닥에 등록만 하면 지분을 곧바로 팔아치워 주가를 폭락시킨다" "또 처분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항의와 협박전화가 쏟아진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해도 먹혀들지 않는다.

투자업체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도 예전같지 않게 차갑기만하다.

◆벤처캐피털을 짓누르는 규제들=최근 재정경제부가 마련한 코스닥시장 안정화대책엔 창투사 등 벤처캐피털에 대해서만 지분매각을 제한했다.

은행과 보험 등 ''큰손'' 기관투자가들은 빠졌다.

H창투의 L부장은 "벤처캐피털이 투자수익에 대해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요즘 같은 증시상황에서 지분을 마음대로 팔 수 없게 한 것은 너무 심한 족쇄"라고 반발했다.

이제 굳이 창투사를 만들어 벤처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졌을 정도라는 것.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시행령에 따른 창투사 설립을 위한 전문인력 3인 충족규정도 큰 부담.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같은 전문인력을 데려오기 위해 힘겨운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 누가 벤처캐피털로 자리를 옮기려고 하겠는가.오히려 우수인력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하소연만 나오고 있다.

◆벤처캐피털은 벤처기업의 젖줄=캐피털업계의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최근 높아만가고 있다.

"벤처캐피털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몇배의 고통이 벤처기업들에 전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장기적인 벤처산업의 발전의 토대가 될 새싹 벤처들의 성장엔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